구재천 변호사(신한금융투자) / 뉴스티앤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의 목적은 “실지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꾀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법률의 목적이 좀 거창해도 이해해 주자. 현재 금융실명제는 상식적인 사회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제도로 간주되지만, 최초 도입된 1993년만 해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온 혁명적인 제도였기 때문이다.

금융실명법의 핵심 내용은 금융실명거래와 금융기관의 금융거래 비밀보장이다. 금융실명법은 금융실명거래와 금융기관의 금융거래 비밀보장의 확립을 위해 불법목적 차명거래와 금융기관의 금융거래 비밀보장의무 위반을 형벌로 처벌하고 있으며, 금융회사의 금융실명거래 확인의무, 금융거래정보의 제공사실 통보의무 및 금융거래정보 제공 내용의 기록ㆍ관리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아래에서 차례대로 살펴본다.
 

□ 불법목적 차명거래 금지

일반적으로 차명거래는 아래와 같이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지만 현재는 3번째 유형이 주로 이용된다.

<차명거래 유형>

유형

내용

예시

1

가명을 사용하여 금융 거래를
하는 경우

실명번호가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후 거래

2

거래자가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

A가 친구 B의 신분증을 제시하여
B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후
동 계좌를 통해 자신(A)의 자금을 거래

3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여 금융
거래를 하고 있으나,
실제 권리자는 타인인 경우

C가 노숙자 D에게 계좌를
개설하게 한 후 동 계좌를 받아 거래

금융실명법은 모든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강제집행의 면탈 및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차명거래(이하 “불법목적 차명거래”)를 금지한다. 여기에서 ‘그 밖에 탈법행위’는 법령상 금지규정을 위반한 위법행위 중에서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강제집행의 면탈 등과 유사한 정도의 위법성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 불법목적 차명거래 사례

①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회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 계좌에 본인 소유자금을
예금하는 행위(강제집행 면탈)

② 불법도박자금을 은닉하기 위하여 타인 명의 계좌에 예금하는 행위
(불법재산 은닉)

③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가족 명의 계좌에 본인 소유 자금을
예금하는 행위(조세포탈행위)

④ 생계형저축 등 세금우대 금융상품의 가입한도 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타인 명의 계좌에 본인 소유 자금을 분산 예금하는 행위(조세포탈행위)

불법목적 차명거래 규제 조항은 문구의 형식상 금융거래자를 대상으로 하나,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자에게도 불법목적 차명거래를 알선하거나 중개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과한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서 알선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쓰는 행위이며, 중개는 당사자 사이에 매매 등 법률행위가 용이하게 성립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주선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금융회사 종사자가 단순히 차명금융거래 성립에만 관여하고 고객에게 불법목적 차명거래를 소개, 권유, 주선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불법목적 차명거래 알선, 중개로 처벌할 수 없다.

불법목적 차명거래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회사는 계좌를 개설하려는 자에게 불법목적 차명거래가 금지됨을 문서 또는 구두로 설명하여야 하며, 설명한 내용에 대해 거래자가 이해하였음을 서명, 기명날인, 녹취 등의 방법으로 확인 받아야 한다. 은행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경우와 같이 업무 위탁 관계에서는 실제 계좌를 개설하는 수탁기관(은행)의 담당직원이 설명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불법목적으로 차명거래를 한 자와 불법목적 차명거래를 알선하거나 중개한 금융회사 임직원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고, 계좌 개설 시 불법목적 차명거래가 금지된다는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금융회사 임직원에게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포통장 대여와 같이 명백하게 불법적인 목적으로 차명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명의를 빌려 주었다면 명의대여자도 불법목적 차명거래행위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한편, 차명거래이나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강제집행의 면탈 등 불법적인 목적이 없다면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취급하지 않는 차명거래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불법목적 차명거래로 처벌되지 않는 차명거래

① 계, 부녀회, 동창회 등 친목모임 회비를 관리하기 위하여 대표자
(회장, 총무, 간사)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는 행위

② 문중, 교회 등 임의단체 금융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대표자(회장, 총무, 간사)
명의 계좌를 개설하는 행위

③ 미성년 자녀의 금융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부모명의 계좌에 예금하는 행위

④ 가족 명의 계좌에 예금하여 보관하였으나 세금에 변화가 없는 경우

 

□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의무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자는 명의인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금융거래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자에게 타인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위법하게 제공 또는 누설된 금융거래정보를 취득한 자가 그 위법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금융거래정보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의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다만,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명의인이 아닌 자에게 금융거래정보 제공이 허용된다.
 

◆ 명의인이 아닌 자에게 금융거래정보 제공이 허용되는 경우

① 법원의 제출명령 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따른 금융거래정보 제공

② 조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출의무가 있는 과세자료 등의 제공과 소관
관서의장이 상속∙증여 재산의 확인,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의 확인, 체납자의 재산조회, 조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질문∙조사를 위하여
필요로 하는 거래정보 제공

③ 국정조사에 필요한 자료로서 해당 조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른 금융감독원장
및 예금보험공사사장의 거래정보 제공

④ 내부자거래 및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에 필요한 경우 등으로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장 및 예금보험공사사장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검사를 위하여
필요로 하는 거래정보 제공

⑤ 동일한 금융회사의 내부 또는 금융회사 상호간에 업무상 필요한 거래정보
제공

⑥ 금융회사 및 금융회사의 해외지점∙현지법인 등에 대한 감독∙검사, 자본시장법에 따른 정보교환 및 조사 등의 협조를 위하여 그에 상응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외국금융감독기관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장의 거래정보 제공

⑦ 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異常去來) 심리 또는 회원 감리를 위해 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가 보유한 거래정보 제공

⑧ 그 밖에 법률에 따라 불특정 다수인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해당 법률에 따른 거래정보 제공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의무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이 수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특정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사기관의 금융거래정보 요구는 금융실명법에서 규정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적법한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 금융회사의 금융실명거래 확인의무

금융회사는 거래자가 실지명의로 금융거래를 하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거래자가 개인이라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청소년증, 노인복지카드, 장애인복지카드, 여권, 외국인등록증, 학생증(사진과 주민등록번호가 표시된 경우에 한함, 다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없는 학생증도 주민등록초본 또는 가족관계증명서와 함께라면 실명확인증표로 사용 가능)으로 실명확인을 하여야 한다.

법인의 대표자가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사업자등록증 원본(또는 고유번호증 원본, 사업자등록증명원 원본)과 대표자의 실명확인증표로 실명확인을 하고, 법인의 대리인이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사업자등록증 원본(또는 고유번호증 원본, 사업자등록증명원 원본), 대리인의 실명확인증표 및 위임장 등 위임관계서류로 실명확인을 한다. 참고로 개인사업자는 법인이 아니므로 사업자등록증이 아닌 개인의 실명확인증표로 실명확인을 하여야 한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우리나라 가족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명의인과 일정 범위내의 가족이 명의인의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실명확인 방법을 인정하다. 이를 가족대리라고 한다. 가족대리는 대리인이 배우자, 직계존비속(외조부모와 외손자 포함), 배우자의 부모인 경우 대리인의 실명확인증표와 명의인과 대리인의 가족관계가 표시된 주민등록등본 또는 가족관계증명서만으로 명의인의 실명확인을 하는 방법이다. 단, 가족대리가 허용되지 않은 형제자매, 삼촌, 외삼촌, 고모, 이모 간에는 위와 같은 특별한 실명확인 방법이 인정되지 않는다.

금융회사의 금융실명거래 확인의무 관련하여 거래명의인과 실소유주가 상이한 차명거래의 경우 금융회사의 책임이 문제된다. 금융회사라 하더라도 당사자 간의 차명거래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금융회사는 원칙적으로 차명거래에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금융회사 임직원이 차명거래에 직접 개입하거나 알선∙중개한 경우에는 금융실명거래 확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차명거래에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금융실명거래 확인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다음 거래는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하지 아니할 수 있다.

ⅰ)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서 이루어진 계속거래(계속거래는 ‘실명확인’이 아닌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정하는 ‘본인확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

ⅱ) 각종 공과금 수납

ⅲ) 100만원 이하의 송금

ⅳ) 100만원 이하에 상당하는 외국통화의 매입, 매각

ⅴ) 보험∙공제거래, 여신거래, 골드바 거래, 상품권 거래

참고로 외국통화 ‘송금’의 경우에는 금액에 관계없이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하여야 한다.
 

□ 금융거래정보 제공사실 통보의무

금융회사는 명의인 이외의 자에게 금융거래정보를 합법적으로 제공한 경우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제공한 정보의 주요 내용, 사용 목적, 제공받은 자 및 제공일 등을 명의인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금융거래정보 제공사실 통보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금융거래정보 제공 내용의 기록ㆍ관리의무

금융회사는 명의인 이외의 자에게 금융거래정보를 합법적으로 제공한 경우에는 다음 사항을 기록∙관리하여야 한다. 관련서류의 보관기간은 금융거래정보 제공일부터 5년간이다.

ⅰ)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한 자의 인적 사항, 요구하는 내용 및 요구일

ⅱ) 제공자의 인적 사항 및 제공일

ⅲ) 제공된 금융거래정보의 내용

ⅳ) 제공의 법적 근거

ⅴ) 명의인에게 통보한 날

ⅵ) 통보를 유예한 경우 통보유예를 한 날, 사유, 기간 및 횟수

명의인 이외의 자에게 제공한 금융거래정보 내용을 금융회사가 기록ㆍ관리하도록 하는 취지는 금융거래정보 제공에 책임관계를 명확히 하여 부당한 정보 제공이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부당한 정보 제공이나 유출 우려가 없는 조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세자료를 제공한 경우, 동일한 금융회사의 내부 또는 금융회사 상호간에 업무상 필요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한 경우 금융회사는 기록∙관리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금융거래정보 제공 내용의 기록ㆍ관리의무를 위반한 때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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