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을을 지역구로 둔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지난 25일 검찰개혁과 조직안정이라는 미명하에 고검 검사급 검사 652명·일반검사 10명 등 총 662명에 대하여 사상 최대 규모의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 단행과 관련하여 국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박 장관은 “나름 공정한 인사였다”고 자평했다. 지난 4일 단행된 검찰 수뇌부 인사와 이번 중간간부급 인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피고인이 승진하는 박범계표 검찰인사’라고 말할 수 있다. 박 장관은 이번 인사에서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복성 좌천 인사를 단행했고, 친정부 검사에 대해서는 피고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승진시키는 폭거를 자행했다.

박 장관의 두 차례 인사는 ‘인사 학살’로 평가받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지난해 1월과 7월 인사를 훨씬 능가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박 장관의 지난 4일 검찰 수뇌부 인사와 이번 중간간부급 인사는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가장 큰 汚名(오명)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국민들이 수긍하는 것 같다. 박 장관의 두 차례 검찰 인사를 지켜보면, 박 장관은 지난해 추 전 장관의 두 차례 인사를 능가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을 친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들은 이번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청와대 發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 중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등이 권력형 비리 사건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자리를 보전해주는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말처럼 권력에 맞선 이들 검사들은 박 장관에게 처절한 보복성 좌천 인사를 당하고 말았다. 전국 형사1부장들 중 서열 1위로 차장검사 승진 1순위인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시켜서 ‘수사’라는 칼을 빼앗아 버렸고,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좌천시켜서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의 공소유지를 어렵게 만들었으며,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하여 얼핏 보면 영전시켜주는 것 같지만,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더 이사 수사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 등으로 기소되어 형사피고인이 된 이규원 검사는 부부장 검사로 승진시켰고, 한동훈 검사장 독직폭행으로 기소되어 형사피고인이 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직무배제는커녕 울산지검 차장검사로 수평이동 시켰다.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이런 인사를 단행해 놓고도 뻔뻔스럽게 “나름 공정한 인사였다. 좌천된 검사 구제도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박 장관의 궤변에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4일 단행한 검찰 수뇌부 인사에서도 형사피고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 발령한 바 있다.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던 형사피고인의 고검장 승진과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 역시 형사피고인인 이규원 검사를 부부장검사로 승진 발령한 것은 박 장관이 아무리 우리 형법상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더라도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장관은 지난 1월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잇단 口舌(구설)에 휘말리며, 지역민들을 낯 뜨겁게 만들고 있다. 박 장관이 자신을 3선 중진의원으로 만들어준 대전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싶다면, 제발 더 이상 대전시민들을 부끄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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