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갈등의 소지 없이
등나무의 소리 없는 승리였다.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를 올라탄 등나무가
해마다 야금야금 숲을 덮더니
이제 그 나무들의 목말을 타고 올라
꼭대기에서 연보라색 꽃등을 떠뜨렸다.
마치 운동회 때 박터뜨리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나무들은 죄 짓고 머리채를 잡힌 형상으로
어깨와 고개를 숙이고 숨 죽어 있다.
어느 곳은 칡덩굴이 해가 갈수록 철쭉군락을
덮어 철쭉의 자취를 없엔 곳도 있다.
힘으로 남의 등을 타고 올라
만세를 부르는 것 같아
보기가 민망하다.
(그런데 칡이 나무가 아니면
등나무는 나무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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