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위임한 권력, 국리민복에 쓰여져야'

김강중 편집국장
김강중 편집국장

'대선' 정국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총리 및 장관 인사청문회 논란이 많았다.

대통령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구하며 강행을 시도했다.
임명을 앞둔 세 명의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흠결이 많은 데도 철회하질 않았다.

이들은 국비 지원 해외 출장 가족 동반, 논문 표절, 위장전입, 세금 체납, 미국 국적 자녀에 국내 의료비 혜택이 도마에 올랐다.
또 영국 도자기 천여 점 밀반입과 불법 판매, 수억 원의 특별분양 아파트 매매 차익, 자녀의 실업급여 불법 수령이 집중 거론됐다.

관행이라도 이 정도면 장관 후보자로서 함량 미달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인사검증 실패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실랑이 끝에 국무총리와 과기부, 국토부 장관이 임명됐다. 해양수산부 후보는 자진사퇴로 정리했다.
지난달 '보선' 참패로 국정동력이 떨어진 결과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반발도 촉매가 됐다. 점입가경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번번 그랬지만 이번 청문회를 보면서 떠오르는 책이 있다. 그것은 윤흥길의 장편소설 '완장'이다.
소개하자면 주인공 임종술은 동네 건달이다.

땅 투기로 축재한 최익삼 사장의 똘마니다. 최 사장은 사용권을 따낸 판금 저수지 관리인으로 종술을 앉힌다.
안하무인 종술은 왼팔에 완장을 두르고 마을 사람들에게 권력을 휘두른다.

사람들은 모두 종술 앞에서 꼼짝을 못한다. 동네 사람들에게 거만을 떨며 완장의 위세를 부린다.
심지어 저수지에서 물고기를 잡은 친구에게도 폭행을 일삼는다.

완장에 중독된 종술은 최 사장 일행에게도 행패를 부리다 쫓겨난다.
이처럼 권력과 권력을 쫓는 사람들의 허상을 그린 소설이다. 30여년 전, 한국적 권력의 의미와 그 폐해를 고발한 것이다.

사람들은 오욕(五慾) 중 가장 짜릿한 권력을 부나방처럼 좇고 있다.
도파민처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식자층일수록 권력과 명예, 물욕(物慾)을 좇는 이들이 많다.
알만한데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권위와 권위주의를 혼동한다.

지식인과 학벌, 품위와 난 척을 구별 못하는 이들도 태반이다.
눈만 뜨면 갑질에 대한 뉴스이고 상식을 넘어선 기이한 일들로 넘쳐난다.

다시 돌아가 정치권을 보자.
'그들만의 리그'인 볼썽사나운 일들이 4년 내지 5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
다름 아닌 기득권 양대 정당이 벌이는 정치권력의 헤게모니다.

'이안 로버트슨'은 개코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에서 권력을 증명했다.
그는 '권력은 매우 강력한 약물'이라고 간파했다. 이 약물이 사람의 뇌를 바꾸어 놓는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그만큼 권력 감정에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독성도 문제지만 권력을 거머쥐면 돈과 사람이 따르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30년 넘게 권력자의 변질과 비리를 수없이 목도했다.
일단 장(長)에 오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 권력을 잡으면 딴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만과 오만으로 일관한다. 자화자찬 끝에 추락한다.
일그러진 영웅처럼 오명만이 남을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지역 정치권에도 널려 있다.
엉겹결 시운(時運)을 만나 권력에 오른 무도한 이들의 행실를 보자.

자신의 부모의 죽음을 제때 거두지 않은 패륜은 권력을 쥐고 인륜과 정의를 외치고 있다.
그런가하면 부친상 부의금 문제로 형을 폭행한 파렴치도 권력에 빠져 있다. 

술에 취하면 부인을 폭행하는 불한당 의원의 권불십년은 족탈불급이다.
조폭도 아니면서 룸살롱에서 용돈을 타다 쓴 정치인도 금배지를 달았다.
권력을 위해 고우(故友)를 죽음으로 내 몬 단체장도 성찰은 없다.

국정을 논하는 이들에게 품격을 찾아 볼 수 없다.
겸양은커녕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권력을 잡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국민과 시민들에게 행복을 운운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소 귀에 경 읽기'가 될 것이다.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한시적로 위임받은 것이다.
따라서 권력은 국리민복에 쓰여야 한다.

한쪽 진영이 선거에 이겼다 해서 자리를 나누고 돌려먹는 전리품이 아니다.
비단 권력은 정의와 공정을 외쳐대는 정치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직장과 가정에도 권력은 존재한다. 가정의 달, 오월도 열흘 남짓이다.
오월이 다 가기 전, 가장 노릇이나 한번 제대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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