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 이가을 시인

시의 사계

이것이 날개다 / 문인수

뇌성마비 중증 지체·장애인 마흔두 살 라정식 씨가 죽었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 식사 중이다.
떠먹여 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 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0%·$&*%oㅒ #@!$#*?(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주실 거죠?)
그녀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뜨렸다.
$#·&@\%,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입관돼 누운 정식 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다, 다 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이가을 시인
이가을 시인

[시 평설 - 이가을] 2008년 시집 ‘배꼽’에서 이 시를 읽었다. 문인수 시인은 시로써 마음을 결박한다. 자의적 결박이다. 시는 잊혀지지 않을 다큐를 본 듯하고 또한 먹먹함을 건넨다. 처음 읽을 때 하마터면 울 뻔했다. 이렇게 마음을 때리면 어쩌라는 건지, 그저 먹먹할 수밖에 없다.

시의 배경은 지체장애인 정식 씨 장례식장이다. 몇 안되는 조문객친구들은 저희끼리의 언어로 소통한다. 밥알을 흘리고 몸을 구기고 비틀며 식사를 한다.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 그리고 정은 씨는 채찍처럼 우리 사회에 천둥같은 말을 던진다. 

한 끼 밥조차 먹기 버거운 그들에게 죽음은 간절한 소망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엔 수많은 정은 씨가 매일을 버티고 살아간다. 몸은 살아서 벗을 수 없는 불편한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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