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제공
송세헌 제공

제주의 바람은 섬머슴같이 발길질이 쎄다.
바다를 떼메고 오듯 땅이 진동하고,
지붕이 운다.
봄이 왜 오느냐고 훼방을 놓는다.
올레길에서 투정이 심했다.
바다를 물비늘로 떨게하고,
막자란 토끼풀들의 귀를 마구 잡아당겼다 놓았다 한다.
개나리, 유채, 벚꽃, 민들레, 장다리꽃들도
무릎을 꿇려놓고 군밤을 주기 일쑤다. 
무슨  봄을 보러왔느냐고
내 발길도 갈짓자로 내몬다.

그러나 돌아오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섬과 바다는 귓속말로 속삭이고,
태양은 아이들 얼굴만큼 천진하게 그들을 비추고 있었고,
양털구를은 상냥하게 미동도 않고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
나무도, 바다도 조용하게 서로 포옹하고 있었다.
바람은 없었다.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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