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장관의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대검찰청 내에서 집단지성을 발휘해 다시 한 번 판단해 달라. 대검 부장회의에 사건 처리를 맡기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 등의 의견을 들으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다음 날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대검 부장검사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검찰 안팎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검 부장회의에 전국 6명의 고검장들을 참여시키겠다는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박 장관은 조 대행의 의견을 수용했고, 지난 1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대검 부장·전국 고검장 연석회의에서는 13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불기소 10명·기소 2명·기권 2명으로 압도적 표차를 통해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무리하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 장관은 조 대행에게 KO패를 당하며, 그야말로 묵사발이 되고 말았다.

이번 결과는 박 장관이 무리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때부터 이미 예견돼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 발동을 만지작거릴 당시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는 형국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박 장관이 헌정사상 네 번째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까지 ‘한명숙 전 국무총리 구하기’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5년 8월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8명의 전부 유죄와 5명의 일부 유죄 의견으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 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된 것에 비추어 볼 때 독일 근대 법학자 라드부르흐가 주창한 법의 이념 중 법적 안정성을 현저하게 저해함은 물론 정의와 합목적성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박 장관의 헛발질은 비단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만이 아니다. 박 장관은 취임한지 일주일 남짓 지난 시점인 2월 7일 일요일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검사장급 4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사후 결재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지난 2월 24일 대전보호관찰소를 방문한 가운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으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국회의원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의 당론으로 어떤 의견이 모아지면 당연히 따라야 됩니다”라는 발언으로 주위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자 국무위원이 “법무부장관으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국회의원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의 당론으로 어떤 의견이 모아지면 당연히 따라야 됩니다”라고 강조한 박 장관의 발언은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발언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일이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국무위원보다는 의원이기 때문에 당론을 따르겠다. 그럼 당으로 돌아오셔야 되죠. 입법부로 돌아오셔야지 거기 행정부에 있어선 안 되는 겁니다”라고 일침을 가했을까?

그렇지 않아도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30일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부터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에 의해 폭로된 ‘정치 브로커 돈 요구’ 사건·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심사 전체회의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향한 “‘의원님, 꼭 살려주세요’” 발언 문제·대전지역 방송 3사 간의 일명 ‘대전판 권언유착’ 의혹·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들의 면담 요청에 대해 음주 상태에서의 폭행과 폭언 의혹·국회의원 재임 중 공직자 재산신고 고의 누락 의혹 등 하루가 멀게 튀어나오는 의혹으로 ‘양파 장관’이라는 汚名(오명)까지 뒤집어쓰고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27번째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취임한 박 장관이 지난 54일 동안 보여준 행보를 보면, 많은 국민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법무부장관의 모습은 전혀 아닌 것 같다. 박 장관은 이제 더 이상의 헛발질을 멈추고, 집권여당 소속 의원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법무부장관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그것만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됐을 때 시내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환영해준 대전시민들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다. 박 장관이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박범계 장관은 추 전 장관 버전2예요. 똑같지 않습니까? 말하는 방법만 다를 뿐이지 불편한 질문은 아예 입을 닫고 또 동문서답하고”라는 지적에 “‘추미애 전 장관식 버전2’라고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접니다. 박범계 장관은 박범계 장관입니다”라고 호기롭게 답변했던 것처럼 ‘추미애 법무부장관 시즌 2’라는 불신에서 벗어나 정의가 바로 서 있는 법무부의 수장으로서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법무부장관으로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