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흙이어야 한다

보드랍게 일구워진 흙의 틈새

비집고 보금자리를 꿈꾼다.

 

쏴아 쏴아

꿈결에 들려오는 물소리

긴 잠에서 놀래 눈을 뜬다

느리게 애기싹을 만들어

비좁은 통로 넘어 세상으로 보낸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또 눈이 쌓이니

신이 난 찬바람 사이에서

소풍처럼 들떠 푸르게 커가네.

 

드디어

달콤한 겨울 끝에 다다르니

아쉬움만 바람결에 남겨놓는구나.

 


- 나영희 시인의 <푸른들의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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