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야당과 언론의 지속적인 의혹 제기로 인해 위기에 놓였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지금까지 인사 스타일상 박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임명 강행에 나서겠지만,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27번째 장관이라는 汚名(오명)을 넘어 박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지명 직후 쏟아진 많은 의혹들은 그냥 간단히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난해 12월 30일 박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지역에서는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에 의해 폭로된 ‘정치 브로커 돈 요구’ 사건이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심사 전체회의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향한 “‘의원님, 꼭 살려주세요’ 한 번 하세요”라고 발언한 문제 등이 다시 한 번 집중적으로 재조명 되더라도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기 때문에 ‘현역 불패’에 힘입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위에 언급한 두 가지만이 아니라 양파 껍질처럼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조직에 令(영)이 제대로 설지도 의문이다.

특히,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이후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에 의해 폭로된 ‘정치 브로커 돈 요구’ 사건으로 박 후보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구속 후 실형을 선고받는 상황에서 박 후보자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일과 관련하여 지역 정가에서는 이미 자신만 살기 위한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팽배해 있었다. 그런데 박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지명 이후 김 전 대전시의원에 의해 박 후보자와 대전지역 방송 3사 간의 일명 ‘권언유착’ 의혹까지 폭로되면서 ‘정치 브로커 돈 요구’ 사건은 이제 2라운드로 돌입할 조짐이다.

또한 박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공직자 재산신고가 돼 있던 영동 임야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에는 누락돼 있던 부분이나 경남 밀양시 토지와 건물 등에 대한 공직자 재산신고 고의 누락 의혹 그리고 5년 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들의 면담 요청에 대해 음주 상태에서 폭행과 폭언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하여 박 후보자는 일반 국민들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후보자는 지난 2019년 4월 공수처법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상정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당직자에게 폭력을 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박 후보자는 오는 27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방법원 출석이 예정돼 있고,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5일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헌정 사상 최초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은 물론 법무부장관 임명 후에도 역시 법정에 서게 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영어로 Minister of justice 독일어로 Justizminister로 명명되는 법무부장관은 흔히 정의부장관으로 일컬어진다. 따라서 법무부장관은 그 어떤 장관보다도 정의에 있어서 더욱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는 자리다. 그런데 양파 껍질처럼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의 소유자인 박 후보자에게는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법무부장관 자리는 걸맞지 않은 것 같다. 특히, 고등학교 재학 시절 폭력사태에 휘말려 자퇴한 것으로 알려진 박 후보자가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들에 대한 폭언 및 폭행 의혹과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공동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현직 법무부장관의 이미지가 폭행이 오버랩 된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며, 이용구 법무부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에 이어 장관까지 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法務部(법무부)는 法無部(법무부)나 無法部(무법부)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에서는 익히 박 후보자가 충청 맹주를 넘어 대권까지 꿈꾸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자의 이번 법무부장관 지명은 기회가 아니라 위기로 보인다. 박 후보자가 진정으로 충청 맹주를 꿈꾸고, 대권까지 넘보려면, 임명권자가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스스로 법무부장관 후보자에서 내려오기 바란다. 법무부장관이 아닌 국회의원 신분으로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나서 낮은 자세로 긴 호흡을 가질 때만이 충청 맹주를 넘어 대권을 넘볼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조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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