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총체적 난국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 18개 부처 중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부처는 단연 법무부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법무부가 이처럼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은 없는 것 같다. 그것도 좋은 일도 아니고 안 좋은 일로 말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박상기 장관 시절에는 법무부가 이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지는 못했다.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형법 전공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 전 장관은 연세대에서 형법 교수로 근무한 이력이 대부분이다. 박 전 장관의 특이점이라면, ‘87 체제 이후 법조인 출신이 아닌 최초의 학자 출신 법무부장관 임명이라는 점이다. 물론 박 전 장관 이전에도 3공화국 시절 서울대에서 형법과 법철학을 강의하던 황산덕 교수가 제24대와 제25대에 걸쳐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적이 있지만, 황 교수는 일제강점기 당시 고등문관시험 행정과와 사법과 모두 합격한 이력 때문에 법조인이자 학자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이 법무부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 장본인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하다 박 전 장관의 후임으로 조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장관 인선은 검찰 출신을 배제한다는 기조를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여권의 대권주자로 거듭나려던 조 전 장관은 법무부장관 지명 당시부터 딸의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온 나라를 들끓게 하면서 나라를 두 동강이로 만들었다. 조 전 장관 지명 직후부터 조 전 장관 임명 반대와 조 전 장관 수호를 외치는 수많은 국민들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집회를 개최하였고, 결국 조국 퇴진 vs 조국 수호를 외치는 국론 분열을 야기한 조 전 장관은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불명예스럽게 스스로 물러났다.

조 전 장관 이후 임명된 추미애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인사를 대통령에게 제청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검찰청법 제34조는 도외시한 채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사전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검찰 인사를 단행하고, 야당 의원의 검찰청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제가 위반한 것이 아니라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는 말로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추 장관은 ‘거역’이라는 표현 이후에도 ‘소설을 쓰시네’ 등의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며, 윤 총장과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두 차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비롯하여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 배제와 징계를 단행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벗어난 越權(월권)을 일삼다 그것마저도 법원에 의해 제지당하게 되었고, 결국 윤 총장 보다 자신이 먼저 법무부장관을 그만둘 처지가 됐다.

추 장관의 임기 동안 행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윤 총장 찍어내기로 점철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찍어내기에 골몰한 결과 법무부 곳곳에서는 누수가 발생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법무부의 주요 업무는 교정·보호관찰·출입국관리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찍어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서울 동부구치소에서는 1,000여명을 훌쩍 뛰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아직까지도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확진 사태를 비롯한 교정시설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사람이 먼저다’라고 주창한 문재인 정부의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재소자들의 인권은 온데간데없어 보인다.

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이제는 교정시설인 서울 동부구치소 문제를 넘어 이틀 전에 끝난 변호사시험에서도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법무부의 법전 사용 지침 오락가락 행보로 수많은 수험생들이 분통을 터트리면서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으며, 시중 어느 교재에도 없는 문제가 서울 소재 특정 대학의 지난해 12월 모의고사에서 문제로 출제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시험 문제 유출 의혹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 화가 났으면, 서울 학원가의 유명한 1타 강사가 이번 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생각까지 하고 있을까?

대학민국에서 입시를 비롯한 시험과 병역 이행은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逆鱗(역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사법시험이 폐지된 후 법조인이 되기 위한 유일한 길인 변호사시험에서조차 이런 문제가 노출된 사실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법무부가 자신들의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법무부는 공정성과 형평성 수호에 누구보다도 선봉에 서야 하는 부처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서 법무부는 이미 그런 능력을 상실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갈피를 못 잡는 법무부에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법무부 首長(수장)인 장관을 비롯하여 전 직원이 기본으로 돌아갈 때만이 올바른 법무행정이 실현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