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제공
송세헌 제공

어둠이 떠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

여명 전에 삼양초등학교 운동장을 걷는다.

적당히 쌓인 눈의 높이가 신발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계집아이들 깨물던 꽈리소리를 내며 발바닥을 즐겁게 한다.

약 2-3cm의 눈높이가 걷기에 좋은 것 같다.

날이 추우니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럽지가 않다.

(근데 그 이쁜 문방구 꽈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유해색소와 유해고무 때문에? 그럼 우리는?)

 

잘 깎은 골프장의 잔디를 밟는 즐거움이랄까,

증도 앞 물 빠진 백사장을 밟는 소리랄까,

소리와 감각과 색감에 홀린듯 걸었다.

적당히 난분분하게 찍힌 발자욱들이 눈표범의 무늬 같았다.

나도 설표처럼 걷고 싶었으나 소리가 좋았다.

남들이 밟지 않은 부분을 골라 디디며 매직 아워의 여명빛을 맞았다.

하현달이 시리도록 맑게 뜬 동녘을 보며...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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