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것처럼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이 기정사실화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2회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의 핵심부처 대다수가 세종시에 자리 잡은 상황에서 중기부만 대전에 남아 있다면 정책 유관부서 간 원활한 협력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행정의 효율성과 지역의 고른 발전을 모두 고려해 최선의 방안을 찾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중기부 이전이 확정될 경우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국토균형발전을 고려한 효율적인 청사 재배치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해 달라”는 지시를 통해 중기부의 세종 이전에 방점을 찍으면서 대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중기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대전청사에 기상청 등 수도권의 廳(청) 단위 기관이 이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시민들을 설득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 총리의 이날 발언은 결국 대다수 시민들이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중기부는 세종시로 가게 돼 있다”는 사실에 대한 확인 사살에 불과했다. 정 총리의 이날 발언이 매우 못마땅한 이유는 지난 10월 21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대전시당위원장과 황운하 국회의원이 ‘중기부 세종 이전 백지화’ 요청을 위해 예방했을 때 충분히 정부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때는 함구하고 있다가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중기부 세종 이전’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정 총리가 지난 22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처럼 박 위원장과 황 의원의 예방 당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설명하고, ‘중기부 세종 이전’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더 큰 선물을 대전에 제시했다면, 대전시민들이 이처럼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며, 강추위에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장을 만들고 ‘중기부 세종 이전’ 백지화를 위해 목청을 높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정 총리의 발언이 있은 지 이틀 후인 지난 24일 지금까지 ‘중기부 대전 사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처럼 외치던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도 박영순 위원장을 비롯한 6명의 국회의원들이 ‘중기부 세종 이전 기정사실화에 큰 유감…대전을 위한 최적의 대안을 찾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대전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정 총리의 발언에 한 발 뒤로 빼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국회의원 의석뿐만 아니라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까지 모두 석권하고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중기부 세종 이전’이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면, 진즉 시민들에게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어야 했는데, 두 달이 지나 정 총리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이 있고 나서야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시민들의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특히, ‘중기부 세종 이전’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던 상황에서도 많은 대전시민들은 지난달 11일 지역상생을 위한 지역균형뉴딜 충청권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괴산을 찾은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희망을 걸었다. 당시 이 대표는 “대전의 중소벤처기업부 이전 여부는 대전시민의 의견을 경청하며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는 발언했으며, 대전시민들은 일말의 기대를 걸었으나,  이마저도 결국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이제 대권에 전력투구해야 할 입장인 이 대표는 지난번 虛言(허언)으로 인해 대전에서의 득표는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 같다.

그동안 대전은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大義(대의) 앞에 세종시의 블랙홀 효과로 인해 인구 150만이 무너지는 상황을 감내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대전은 혁신도시 지정도 받지 못하는 역차별만 받아오다 지난 10월 16년 만에 간신히 혁신도시로 지정됐고, 대전보다 인구가 적은 광주는 지하화를 통해 도시철도 2호선을 진행하는데, 교통지옥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도시철도 2호선 트램에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만 있는 형편이며, 인구가 적은 광주가 국회의원 의석수 8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간신히 1석이 늘어난 7석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면 됐다는 식으로 자위하는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이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이처럼 무기력한 대전을 다른 지역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이쯤 되면 영호남 패권 정치에 익숙한 많은 국민들에게는 ‘대전은 호구다?’라는 인식이 뿌리 깊이 자리 잡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지난 10월 16일 중기부가 세종 이전 여부를 결정하는 행정안전부에 정부세종청사 이전 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기부 세종 이전’ 논란은 여야 정치권을 넘어 대전시민들 전체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다. 이제 국무총리까지 ‘중기부 세종 이전’을 기정사실화 한 만큼 이미 엎지러진 물‘로 돌이키긴 힘든 형국인 것 같다. ‘대전은 호구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대전시를 비롯한 정치권은 ‘중기부 세종 이전’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고, ‘중기부 세종 이전’ 보다 더 큰 경제적 이득을 반드시 얻어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지난 1998년 정부대전청사에 입주한 중소기업청이 중기부로 승격될 때까지 20여년 간 喜怒哀樂(희로애락)을 같이 한 대전시민들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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