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생활관장으로 부임한 한 교수님으로부터 생활관 오리엔테이션에서 “나는 법과대학 교수인데, 法이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水와 去가 합쳐진 것으로 法은 말 그대로 물이 흘러가듯이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法에 대한 定義(정의)가 아직 내 뇌리에 남아 있는 이유는 法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면 된다는 간단한 이유를 알기 쉽게 풀이해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法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아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현직 법무부장관이 순리를 거스르며, 사상 초유의 사태를 전개하고 있어 온 나라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지난 24일 저녁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전격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 명령을 발표하면서 전국 검찰이 들끓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 조치를 단행한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훼손을 비롯한 6가지 비위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법조계 안팎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추 장관이 너무 나갔다는 이야기가 대세를 이루는 모양새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조치가 이루어지자 전국 대부분의 검찰청에서 평검사회의를 소집하여 추 장관을 성토하고 나섰고, 조상철 서울고검장을 비롯한 전국 6명의 고검장들까지 추 장관을 향해 윤 총장의 직무 배제 재고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지검장 17명도 윤 총장의 직무 배제 요청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한 것만 보더라도 추 장관의 이번 조치가 무리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9월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자 서울서부지검에서 개최된 바 있는 평검사회의가 7년 만에 들불처럼 일어나 전국 대부분의 검찰청에서 개최되고 있는 상황이나, 검찰청 개청 70년 만에 최초로 고검장들이 집단 성명을 발표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조치는 추 장관 취임 이후 부글부글 끓던 검찰조직이 폭발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인사인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까지 차장 검사 4명을 제외한 모든 검사들이 추 장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상황까지 이른 것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자 전대미문의 일로 평가 받을 것 같다.

추 장관은 지금까지 수차례의 자충수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좁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드루킹 사건을 고발하여 결국에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腹心(복심)으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실형을 선고받게 만들었고, 윤 총장의 특활비 감찰을 지시했다 자신의 측근으로 꼽히는 심재철 검찰국장이 격려금 차원으로 직원들에게 특활비를 나누어주었다는 의혹에 직면하게 만든 바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으로는 추 장관의 이번 윤 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조치도 드루킹 사건이나 특활비 감찰의 연장선상에 놓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추 장관은 자신의 전임자들이었던 66명의 법무부장관들이 왜 단 한 차례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 조치를 단행하지 않았고, 수사지휘권도 함부로 발동하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헌정 사상 세 차례의 수사지휘권 발동 중 두 차례를 추 장관이 행사했다면, 이 부분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추 장관이 채널A 사건을 가지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결국 한동훈 검사장을 기소하지도 못한 것은 추 장관의 잘못된 수사지휘라고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가 아니라 잘못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신이 먼저 사퇴해야만 한다. 추 장관은 지금이라도 전국 검사들 대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윤 총장에 대한 이번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를 철회해야만 한다. 추 장관이 이번 조치를 스스로 結者解之(결자해지)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몇 차례 자충수처럼 자신을 옭아맬 수 있는 自繩自縛(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하루 빨리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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