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거부하는 대전시...초심 돌아가 역동성 회복해야

김강중 편집국장
김강중 편집국장

'죽은 자식 귀 만지기'란 말이 있다. 이 속담은 그릇된 일을 뒤늦게 애달파 하는 것을 뜻한다.

요즘 대전시 행정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애당초 대전시는 취약한 경제구조를 지닌 도시이다. 그래서 코로나19 직격탄은 다른 도시보다 그 충격이 크다.

예견된 일이지만 소비, 서비스업 의존이 심해서 타격이 심각하다. 한은 통계를 보더라도 전국 대도시 중 대전시 소비 순유출 최고치가 말해주고 있다.

변변한 대기업이 없는 탓으로 대전 경제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또 둔산 신도심, 테크노밸리, 서남부권에 산업단지보다 아파트 짓기만 매달린 참화가 아닐 수 없다.

대전은 20년 전만해도 과학, 행정, 철도도시의 명성을 자부할 만했다. 이제는 이리저리 찢기어 명색만 남았다.

대전시는 14번째로 선정된 혁신도시를 자찬하고 있다. 호사다마인가. 대전청사에 둥지를 둔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자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한다.

정부는 혁신도시를 주었으니 '중기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며 퉁치자고 나선 모양새다.
뒤늦게 대전시와 후년의 선거를 의식한 구청장, 지역 정치인들의 호들갑이 수선스럽다.

으름장 놓듯 뒷북을 치고 있으나 '중기부'는 세종시로 이전할 것이 관화하다.
어디 이뿐인가. 전 시장의 일이지만 서대전역 KTX 감차로 인한 몰락 또한 그랬다.

수조 원을 쏟아 붇고 스파 하나 없는 유성온천관광특구는 남루하다. 철도박물관 무산, 구봉지구 연수원클러스터 무위, 대전의료원 교착, 원도심 쇠락도 그러하다.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또한 난개발로 볼썽이 사납다. 자기부상에서 고가(高架)로 다시 지상으로 뒤집은 도시철도 트램도 노선을 놓고 티격태격이다.

수년 전, 과학비즈니스벨트 신동지구 지원시설이 될 대동.금탄 국가산단 100만 평을 세종시로 빼앗긴 점도 한심하다.

당시 여당 대표 영향력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연서공단은 일약 120만 평 국가산업단지로 변모됐다. 1000만 집객, '대전방문의 해'는 막대한 예산만 허비한 꼴이 됐다. 내년쯤 코로나 탓으로 돌릴 것이 뻔하다.

이런 상황이 10년에 걸쳐 반복되고 있으나 대전시나 정치권은 침묵했고 성찰 또한 없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대전시는 세종시와 상생만을 외치다 블랙홀 신세를 자초했다.

이렇게 세월을 허송하고 생뚱맞게 세종시와 통합을 제의하고 있다. 대전시는 사람과 기업, 기차도 떠나면서 자생력을 잃어 버렸다.

더도 덜도 말고 유성복합환승터미널사업을 보면 대전시 행정의 무능을 적나나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은 국토부 고시 국내 최초 광역복합환승센터 1호다.

대전의 격(格)을 높일 매력있는 공간이다. 중부권 비즈니스 복합지구, 충청권 광역교통의 핵심 환승공간으로 충분하다.
여기에 충청권 쇼핑, 문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핫'한 곳이다.

길게는 20년, 작게는 10년에 걸쳐 4번의 사업자를 선정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내년 봄 시외버스 임시 승강장을 마련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가히 이 정도면 복합은커녕 차부(車部)라 해도 좋을 듯싶다.

그동안 시청을 출입하면서 4명의 시장을 접했다. 단체장의 덕목인 '미래의 비전', '소통의 리더십', '정치 감각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시장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하나같이 자신의 선거를 도운 캠프 출신을 위한 보은, 정실인사에 집착했다. 현안을 해결하거나 '국가산단'을 유치하는 장담은 번번 공약(空約)으로 그쳤다.

당선 뒤 카멜레온 변신한 그들은 인사와 인·허가에만 매달렸다. 이런 비리는 지역 언론과 토착세력과의 협잡이 있기에 늘 잠잠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대전시'라고 냉소한다.

대전시 산하기관 마케팅공사 경우를 보자. 리더의 한계, 게다가 자립형 경영의 여지는 없다. 고액 연봉으로 세금만 축낸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마케팅공사라면 수익과 공익을 충족시키는 경영 마인드가 긴요하다. 그러나 무엇을 마케팅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조직이 돼 버렸다.

낙하산 사장은 '말 잘 듣는 귀염둥이'만 챙기며 동호회 등 사조직을 만들어 조직의 역동성을 해치고 있다.
이런 틈을 타 어느 직원은 발주공사 수주업체로부터 이권을 챙겨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얘기가 분분하다.

또 다른 직원은 용역 직원을 정규직으로 만들어 주고 수뢰했다는 설도 내부에 파다하다.
사장 '시다바리'를 자처한 한 직원은 전산실을 무단출입하며 직원 동향을 체킹해 보고하는 과잉충성을 자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비위를 저지른 직원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 있고 줏대 있는 직원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러니 조직은 중병이 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조직이 된지 오래지만 변혁의 조짐은 찾아보기 힘들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이제는 코로나로 격변하는 세상이다.

어느 조직이나 변하지 않으면 망하게 마련이다.

일만 벌어지면 전수조사, TF팀 가동, 업무협약, 리모델링 등 뻘짓으로 대전시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

더 이상 시민들에게 상실감을 주지 않길 바란다. 수장이든 말단이든 초심으로 돌아가길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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