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 서산시의원(전 서산시의회 의장)

임재관 서산시의원(전 서산시의회 의장) / ⓒ 뉴스티앤티
임재관 서산시의원(전 서산시의회 의장) / ⓒ 뉴스티앤티

Ⅴ.우리나라 선거문화의 문제점

1. 지역주의

선거를 할 때, 각종 정당을 비롯하여 국민들 자체가 은연중에 지역주의를 조장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선거 유세를 펼치는 많은 후보자와 정당들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 시선을 끌기 위한 용도이거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시작의 구호와는 다르게 유세의 내용을 파헤쳐보면, 결국 지역주의가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후보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지역주의를 놓지 못하는 국민들의 무의식에 잠재한 지역주의가 한 몫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거유세는 말 그대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인데, 후보자나 국회의원들이 지역주의적 발언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무의식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에 더해 ‘지역주의 타파’라는 말 속에는 이미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분위기를 선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주의는 어느 나라든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때문에 이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탁상공론보다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2. 후보자들의 네거티브운동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유권자들은 후보자에 대한 정보습득이 용이해지고 선거방식이나 후보자를 감시하는 눈이 많아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가열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상대 후보자에 대한 악의적인 음해와 흑색선전으로 선거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행위들이 많이 일어 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공간은 익명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상대 당이나 후보를 검증한다는 논리로 흠집 내기 식의 폭로성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3. 재정상의 문제점

재정상의 문제점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이 파생됩니다. 첫째, 선거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정치가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추었지만 돈이 없다면 선거에 나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선거 지원 자금과 관련 된 어마어마한 돈은 도대체 어디로 굴러가는지에 대한 의문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그것은 아마도 그들의 당선을 위해 유력한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로비로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기도 합니다. 둘째, 선거를 치르기 위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하여 각종 비리를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재정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의 의식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4. 후보자들의 비현실적 공약 남발

후보자는 지지층을 많이 얻기 위해 많은 공약을 내세우는 반면에 당선이 되더라도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이 현실입니다. 일례로 이명박 대통령은 7% 경제성장·4만불 소득·세계 7대 강국 진입 등 일명 747공약을 내세웠던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미FTA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때 무슨 애기를 못하나?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쏟아지는 공약들의 대부분이 비현실적인 바람에 당선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나 기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5. 인물중심적인 선거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물중심적인 선거의 진행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선거를 할 때, 타국처럼 당략이나 또는 후보자의 가치관을 보고 해당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에서 각기 내세우는 당략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내용이 비슷비슷하고, 가치관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특징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유권자들 또한 후보자들의 그러한 점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선호하는 당을 뽑는 경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유권자들이 인물이나 당에 의한 선택보다는 정책과 그의 실효성 그리고 인물의 정치적 자질을 살피는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6. 소결 - 매니페스토 실천

매니페스토 실천이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개인이나 단체가 대중에 대하여 확고한 정치적 의도와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연설이나 문서의 형태입니다. 종종 비정치적인 분야에서도 자신의 주장과 견해를 분명히 밝히는 때에도 사용됩니다. 한국에서는 예산확보, 구체적 실행계획 등이 있어 이행이 가능한 선거 공약의 의미로 주로 쓰입니다. 후보자 신념에 대한 투표자와 후보자의 약속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매니페스토 개념은 1834년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라면서 구체화된 책임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정신이 꾸준히 이어지다가 지난 90년대부터는 출마자가 투명한 공약을 제시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공약을 확인할 수 있지만,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의 공약집을 사서 직접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공약을 꼼꼼히 따져 보고 이행 여부를 챙길 수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영국을 모델로 하여 1998년 통일지방선거 때에 처음으로 매니페스토가 선을 보였습니다.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이 수시로 검증과 평가 작업을 벌여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울 수 있으며 후보자와 유권자가 ‘부탁’이 아닌 ‘약속’과 ‘계약’으로 맺어지는 새로운 선거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Ⅵ. 결론

최근 우리나라 선거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젊은 층의 참여가 저조하고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투표를 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그 요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현재의 민주적인 선거를 치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에 더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1960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는 유령유권자 조작·4할 사전투표·입후보등록의 폭력적 방해·관권 총동원에 의한 유권자 협박·야당 인사의 살상·투표권 강탈·3-5인조 공개투표·부정개표 등이 일어났습니다. 그 이후로도 이루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부정선거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교수들과 대학생 등 지식인 계층과 많은 시민들이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해 들불같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그러나 과거 보다 선거제도가 정착된 지금까지도 한국 선거에는 지역주의·금권선거·흑색선전·공약남발 등 부정적인 선거문화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우리 정치 문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정치 문화는 정치인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의 선거문화가 정치를 만들고, 정치를 바꾸고, 정치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하는 환경이 조성될 때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고, 비로소 선진국의 대열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많은 희생을 통해 이룩한 민주주의를 올바른 선거문화를 통해 지켜낼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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