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먹거리 가격 상승세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채소류 등 신선식품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추석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민간 소비 회복세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6% 올랐다. 2012년 4월 이후 5년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최근 물가 상승은 장바구니 물가와 관련이 깊다.

지난달 신선식품 지수가 18.3% 상승, 2011년 2월 21.6% 오른 이후 6년 6개월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신선채소와 신선과실이 나란히 전년 대비 22.8 상승했다.

식품가격 급등으로 생활물가지수도 3.7% 올랐다. 이는 5년8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최근 식품가격 상승은 폭염과 폭우 등에 따른 채소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식품가격 상승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상승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 8월부터 13개월 연속 올랐다.

상승률은 지난 6월 10.5%로 10%를 넘어서더니 7월 12.3%를 기록했고, 8월에는 18%대로 치솟았다.

이를 반영한 생활물가 지수 역시 지난해 9월부터 12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해 들어 2%대 상승률을 유지하다가 7월부터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 1일 기준 배추 도매가격은 1포기 6천68원으로, 평년의 2배 수준이었다. 전월과 비교해도 가격이 55.0% 올랐다.

청상추(4㎏) 도매가는 4만8천39원으로 평년보다 103.5% 올랐다. 오이와 애호박도 각각 평년 대비 112.9%, 137.1% 비쌌다.

그 외 감자(72.7%), 건고추(25.7%), 깐마늘(12.9%), 대파(16.4%) 등도 평년보다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다.

무와 양파는 전월에 비하면 가격이 10% 이상 하락했지만, 여전히 평년에 비하면 비싼 수준이다.

과일 중에서는 배가 전월보다 40.1% 떨어진 반면, 사과는 15.9% 올랐다. 포도는 평년보다 23.0% 높은 수준이다.

축산물 가운데에는 '살충제 계란' 사태 여파로 계란이 전월보다 25.3% 내리고 닭고기도 9.4% 내렸다. 두 품목 모두 평년보다 가격이 싸다.

그러나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최근 가격이 하락세임에도 평년보다는 각각 5.1%, 14.5% 비싼 수준이다.

민간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장바구니 물가 상승이 소비 회복세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비 회복세가 더디다"며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 등 식품가격 상승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회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날씨가 선선해지는 등 기상여건이 개선되면서 채소류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태풍 등으로 기상이 악화하거나 추석을 맞아 수요가 급증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부 김 모(54) 씨는 "명절 직전 성수품 가격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이렇게 비싼데 더 가격이 뛴다고 생각하니 장보기가 벌써 겁난다"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작년 명절보다 음식 가짓수를 줄이거나 아예 간소화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추석을 앞두고 주요 농축산물의 수급 안정 및 소비촉진 등을 위해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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