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현 제공
송세현 제공

낯 익은 할머님 한 분이 진찰실에 들어서시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응, 그려, 나여, 지금 00병원여.

배는 조금 난는디 아직도 설사를 햐.

원장님이 찬 거 먹지 말구, 죽 먹구, 약 져 줄팅게 약 먹구, 영양제 좀 맞으랴.

...걱정말구. 니나 아프지 말어.

응...... 그려... 들어가"

 

쳐다보고만 있는 나를 바라보시더니 빙그레 쑥스런 웃음을 지으시면서

영양제라도 맞는다고 그래야 딸년이 용돈이라도 더 준단다.

진찰도 안한 할머니의 처방이 기막히다.

 

어제는 퇴행성골관절염으로 입원한 할머니의 아들이 내게 전화가 왔었다.

수술이 꼭 필요한 거냐고....

그렇진 않다고, 골다공증이 심해 수술도 별 수 없다고 설명해 주고 나서 회진 때

"할머님, 아드님한테 수술해야한다고 하셨어요?" 여쭸다.

"아~니, 그래야 입원비라도 아들이 많이 줄깨비 할아부지가 그랜내벼~" 하셨다.

 

속창아리까지 자식에게 다 빼어 주고 

부대자루처럼 골다공증 푸석한 몸띵이만 남은 할머님들.

이제 어린애가 되어 어떻게 아셨는지

내가 어려서 부모님께 하던대로 하고 계신다.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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