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제공
송세헌 제공

유리창 파편들이 넋을 놓고 마루에 쌓여 있다.

안방엔 나그네 바람이 또아리를 틀고 횡행하고,

아랫목 먼지의 퇴적층이 빈 방의 추억을 소환한다.

눈 먼 백열등이 목을  맨듯 걸려 있는 좁은 부엌,

연탄집게와 타다만 연탄 두 장이 꼬옥  붙어 있다.

마당 빨래줄엔 색바랜 하얗고, 노랗고, 붉은 플라스틱 빨래집개들이 

입을 꼭 다물고 묵념중이다.

타의의 타의에 의하여 갇히고 닫히고 멈추어 유폐된 빈 집.

가공된 자연의 긴급한 폐허, 단절된 시간의 지층이 거기 있었다.

 

불원간 거대자본과 개발 논리로 중무장한 

중장비들의 캐터필러가 들이닥칠 

新興洞 재개발지역의 새벽이었다.

 

이 배전판은 다시 쓰려고 걸어둔 

초록 플라스틱 쓰레받기가 걸린 벽 옆에 있던 것이다.

계량기마다 안방, 문간방, 건너방들의 이름을 배정 받았다.

밝고 따순 빛과 열을 배송하던 곳.

사시사철 그 방안에서 피던 食口들의 웃음과 울음이 전해올 것 같다.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