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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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607번 시내버스를 탔었다. 주말이라 승객이 많았다.

키가 큰 중학생 4명이 탄 후 다음 정거장에서 보따리를 든 할머니 한 분이 올라오셨다.

교통카드가 없는지 5000원짜리 지폐를 냈다가 버스기사한테 핀잔을 듣고 올라오는 중이었다.

난 할머니가 마스크를 안 썼기 때문에 혼나는 줄 알았다.

자리가 없었다.

마침 앞에 앉았던 중학생 한 명이 얼른 양보를 하여 할머니는 내 앞 자리에 앉게 되었다.

할머니가 짐 보따리를 챙기는 사이 중학생 중 한 명이 자기 교통카드를 내며 버스 기사에게 저 할머니 교통비를 찍어달래서 해결을 한다.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채신 할머니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사탕과 젤리 등을 한 주먹씩 꺼내 학생들에게 주자 학생들은 한사코 거절했다.

할머니는 사탕을 까서 직접 먹어 보이며 괜찮다고 다시 건네자 학생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 받아 나누어 먹는다.

할머니의 저 과자와 사탕은 누구한테 받은 것일까?

아니면 누구를 주려고 사 둔 것일까?

혼자 먹을 것으론 양이 너무 많았다.

할머니는 버스비로 내려던 5000원짜리 지폐를 학생들에 주려고 하였다.

"아이구, 할머니! 우리 할머니 같아 내드린건데 괜찮아요"

"그려, 나도 우리 손자 같아서 주는거니께 받어"

옥신각신이다.

결국 안 받고, 못 주었다.

 

그런데 전철 환승역에서 학생들이 내리려고 우르르 움직이는 순간 할머니는 꼭꼭 접은 만원짜리 한 장을 한 학생의 검은 츄리닝 하의 주머니에 재빨리 꽂아 넣는 것이었다.

느린 행동이지만 정확했다.

그 학생은 "아이고..."하며 거절하려다 밀려 내리고 말았다.

할머니와 중학생들은 유리창 안과 밖에서 서로 손을 흔드는 사이 버스는 출발했다.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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