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 서산시의원(전 서산시의회 의장)

임재관 서산시의원 / ⓒ 뉴스티앤티
임재관 서산시의원 / ⓒ 뉴스티앤티

Ⅰ. 총설

1. 우리나라는 서구권 국가들에 비해 근대적 정치문화와 민주주의 개념이 급속도·급진적으로 그리고 타의적으로 유입되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현대적인 선거문화가 도입된 시기는 미군정 시기로 약 7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이 기간 동안 우리의 선거문화는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2. 지난 2019년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지가 167개국의 민주주의의 상태를 조사하여 작성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8.00점으로 23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순위였습니다. 해당 지수는 ‘선거절차 및 다원주의’, ‘시민의 권리’, ‘정부의 기능’, ‘정치참여’. ‘정치 문화’의 다섯 가지 범주에 대한 지수와 함께 수량화하며, 우리나라가 기록한 8.00점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의 수준에 해당 합니다. 하지만 2010년 같은 조사의 결과 20위에 올랐던 것에 비해 차츰 낮아지는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점전 후퇴하고 있는 것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3.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절차적인 민주주의는 그 어떤 나라에 비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실질적인 민주주의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위에서 순위로써 잠깐 언급하였듯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말이 틀린 말이 결코 아님을 증명하는 다양한 사건이 여기저 기서 터져 나오며 국민들의 정치 불신에 불을 붙이고 있는 현실입니다.

4.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국민은 주권의 보유자로서의 전체국민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국민주권주의의 대원칙을 표방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주권자인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직접 정치에 참여하게 됩니다. 즉, 국민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을 선출하고 자신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시킵니다.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제도의 하나로서 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본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법과 제도라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고, 법과 제도가 후진적이라 하더라도 헌법정신에 맞게 선진적으로 운용한다면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5.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동안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의 약진을 이루어 내고 있으며 민주주의 역시 그러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고, 올바른 정치를 위한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Ⅱ.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쟁점

1. 선거구 인구편차와 표의 등가성

소선거구제나 중선거구제 등은 일반적으로 지리적·행정적 이유 등으로 인해 선거구간에 인구 편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선거구간의 인구 편차가 큰 경우 표의 등가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구 30만 명이 1명을 선출하는 선거구와 인구 10만 명이 1명을 선출하는 선거구가 있는 경우, 전자의 선거구 유권자의 표 가치는 후자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선거구간의 인구편차를 최대한 줄여야 유권자 표의 등가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 정당의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구편차를 묵인하고, 선거구 획정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민주화 이전에는 집권당에 유리하도록 집권당 강세 지역인 농촌 지역에 의석수를 많이 배정하고 도시 선거구에 의석을 상대적으로 적게 배분하였으며, 그 결과 농촌이 과대 대표되고, 도시가 과소 대표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선거구간의 과도한 인구편차는 정치권의 합의가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조정되어 왔습니다. 제헌국회에서부터 제8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선거구 기준 인구나 상한선만이 제시되어 있어 인구편차의 등가성을 비교하기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후 중선거구제였던 9대에서 12대를 보면, 1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5.97대 1로 가장 컸습니다. 민주화 이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후에도 초기에는 인구편차가 4 대 1을 전후한 범위에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2001년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인구편차 기준을 최대 3대 1 이하로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이후 실시된 선거에서는 17대 2.8 대 1·18대와 19대 3.0 대 1의 편차로 선거구가 획정되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다시 한 번 선거구간 최소·최대 인구편차허용 한계를 2:1 이하로 재조정하도록 하는 새로운 판결을 내렸습니다. 선거구 획정기준에 있어 무엇보다도 인구대표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6년 선거부터는 이 기준을 적용하여 선거구를 다시 획정된 바 있습니다.

2. 중선거구제

중선구제는 특정 정당으로의 의석쏠림 현상을 완화시키는 장점이 있는데, 이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의 지방 의회 의석 대부분을 독식하는 현상이 반복되어온 시·군·구의회 지역구 의원 선거에 2006년 지방선거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중선거구제에서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 분포 사이의 비례성 정도는 한 선거구에서 선출되는 당선자의 수가 많을수록 높습니다. 그러나 중선거구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두드러지는 제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의회에서 과반의석을 목표로 하는 정당은 중선구제 아래에서 하나의 선거구에 복수의 의원을 당선시켜야 하는데, 같은 정당의 후보자와 경쟁해야 하는 후보자에게 있어서 정당의 정책은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정당의 정책을 기초로 한 선거 운동은 득표 효과를 그다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과거 일본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중선거구제에 있어서 후보자의 득표활동은 정책보다는 이익유도에 기울고 지역구에 고착된 인적 기반, 즉 고정지지표를 바탕으로 한 번 당선되면 이후 어렵지 않게 재선·다선(多選) 및 심지어 의원직 세습까지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정당의 단결을 약화시키는 당내 파벌의 영향력을 증대시켜 치열한 파벌 싸움과 지역 기반의 중시 그리고 2·3세 세습 의원의 증가 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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