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제공
송세헌 제공

조상님의 넋이 숨쉬는 묘지의 솔밭,

그 끝자락에

이제는 캐지 않아 무성한 뚱단지가

명징하게 노란 꽃을 피웠다.

구절초꽃이 이슬에 젖어 필 때이면

으례 새벽 안개가 이 곳을 호위한다.

 

안개가 엽록소를 씻어 내리고

나뭇잎들이 침묵할 때,

벌레소리 사라진 호숫가 잔물결만 찰랑일 때,

깊어 지는 별을 보며 무아지경에 빠질 때,

 

가을은 안개라는 가사를 가져와

만물을 입혀 앉히고

만산홍엽의 색을 지우며

제행무상과 물아일체를 설법한다.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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