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두려운 세상....불안 조장하는 정치권 각성해야

김강중 편집국장
김강중 편집국장

기원 500년 전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난데없이 이번 추석에 우리 곁으로 왕림했다.

한 방송사가 마련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가수 나훈아의 언택트 공연 때문이다.

필자는 아쉽게 이날 공연을 보지 못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교직 말년차 친구가 '단톡'으로 보내줬다.

이날 밤 3부로 나눠진 29곡을 설레는 마음으로 연거푸 감상했다. 그의 노래는 2000년대 초반, 노래방에서 즐겨 불렀던 '공(空)'과 '사내'보다 훨씬 좋았다.

무엇보다 압권은 '테스형'이었다. 이 노래는 지난 달 발표한 그의 신곡이다. 선문답 만큼 어렵게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으로 만만하게 불렀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자, 장자도 아닌 소크라테스에게 인생과 세월, 죽음을 툭툭 농을 걸듯 묻는 것이 신선했다.

가사를 음미하자면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 왜 이렇게 힘들어 /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 사랑은 또 왜 이래 /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칠순을 훌쩍 넘긴 나훈아는 삶의 고통을 '테스형'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인생과 사랑, 죽음의 문제를 시니컬하게 제기했다.

돈과 명예, 사랑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을 듯한 삶이 힘들고 두렵다고 한다. 그도 인간이기에 불안과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서 사럼들은 철학과 종교에서 그 해답을 얻고자 고민과 방황의 세월을 그렇게 보냈을 것이다.

종종 내 삶의 종교가 아닌 종교 생활 속의 삶을 지배 당하는 이들을 본다. 지나친 종교생활로 자신 삶을 무너뜨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무튼 이 노래는 기자들이 갖춰야 할 '문사철(文.社.哲)'을 잘 담아냈다. 물론 노래나 문학예술은 감상하는 사람의 해석의 몫이지만 공감이 컸다.

필자의 느낌은 어설픈 정치인, 시인, 기자보다도 뛰어난 혜안과 시대적 고뇌, 감성에 놀라웠다.

짐작컨대 쓰레기 정치권, 기득권과 놀아나는 기레기 언론, 권력에 빌붙어 국민의 고혈을 빠는 '뽀시레기'들을 나무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일까. 어느 철학과 교수는 '자칭 지식인보다 광대를 자처하는 한 예인(藝人)이 소크라테스에 훨씬 가깝다'고 극찬했다.

변죽을 올리며 권력을 옹위하듯 궤변을 일삼는 어느 어용 지식인에 견주어 명쾌하게 대조했다.

맞는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지성인의 역할이 권력에 아부하며 일신의 영달을 도모하기보다 거리에 넘쳐나는 인간의 마음에서 지혜를 찾아야한다고 설파했다.

나훈아 또한 '테스형 의동생'답게 유관순, 논개, 윤봉길 의사 등 보통 사람들이 1등국민이라며 엄지 척을 치켜 세웠다.

그가 용기를 낸 것은 말뿐만 아니다. 노랫말로도 우리의 영혼을 흔들어 주었다.

주옥같은 자작 800여곡도 그렇지만 노래에 깃든 철학은 가황(歌皇)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의 열정은 혼돈과 불황의 시대, 코로나로 우울한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몇푼의 재난지원금 보다는 가슴을 울리는 노랫말이 더 위로가 된 것이다.

'자신을 알라'며 세상을 나무라듯 말한 것은 소크라테스만 아니다.
나훈아는 "국민을 위해 목숨을 버린 '위정자'는 없고 우리가 잘하면 '위정자'도 필요 없다"고 일갈했다.

그의 작심발언을 놓고 정치권 해석이 애처롭다.
도긴개긴 여야 정치권의 아전인수 해석이 가관이다. 일말의 각성과 반성은 없다.

한심한 이전투구가 재현되고 있다. 제 버릇 개주기는 참 어려운 모양이다.

그가 언급한 '위정자(爲政者)'는 아마도 위태로운 정치를 일삼는 '위정자(危政者)'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비위를 저지르는 '위정자(違政者)'를 지칭했는지도 모르겠다.

'고희'의 나이에 세상과 권력을 탓하며 국민을 칭송했기에 그렇게 짐작된다.

편 가르기로 불안과 갈등만을 일삼는 정치권, 코로나19로 무너지는 경제, 계층.지역.세대 간 분열이 심화되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코로나로 '뭉치면 죽는다'고 하니 이번 추석을 별 감흥 없이 보냈다.

북한군의 해수부 공무원 피살과 시신훼손, 전 대통령, 장관의 자녀, 남편 등 나부랭이들이 내뱉는 막말은 그야말로 '아드레날린'이었다.

그래서 긴 연휴 속 '나훈아 콘서트'는 국민들에게 큰 위로의 선물이 됐을 것이다.

사실 필자는 나훈아의 노래는 좋아하면서도 실물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모쪼록 코로나가 잦아들기를 희구한다.

내년쯤 나훈아 노래 인생 55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가 성대하게 열렸으면 좋겠다.

그 곳에서 그의 공연을 맘껏 축하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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