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청와대 눈치만 보는 군과 관계부처는 손 놓고

청와대는 통일부를 시켜 통지문 발표했어야

김정은 간접언급 사과에 감격하는 현 정권

체신도 자존심도 내 버린 대북정책의 현 주소

정부와 군 마저 믿을 수 없는 국민의 운명

우려되는 국민의 분노와 성난 민심의 폭발

 

사람이 바다에 빠지면, 무조건 구조에 나서는 게 인간의 도리이자 국가의 책무다. 조난자의 국적과 인종 여부조차 따지지 않고 구출하는 것이 국제관례이자 국가와 인간의 상식적 행위다. 이런 행위관련은 국제법과 국제협약으로도 잘 정리되어 있다. 대표적인 일례가 “유엔해양법협약(UNCLOS)과 국제해상구조협약(SAR) 등 여타 협약에서도 조난자 구출 지원 제공을 국가의 책무로 못 박아 두고 있다.

우리 공무원이 북한 연해에서 총격을 당하고 시신마저 불태워졌다. 참으로 잔인하고 경악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이런 만행이 한두 번인가. 그럴 때 마다 정부가 어김없이 내놓는 ‘유감, 항의, 규탄, 촉구, 추후 조치 검토’ 등 이런 표현마저 이젠 진부하게 들린다. 조난자에게 가해진 잔인하고 반인권적 살인행위는 온 국민이 경악하고 분노한 소름끼치는 사건이다. 화염으로 휩싸인 시신처리는 가히 야만적 행태의 막장을 보여줬다.

사건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적거리다가 ‘미안하다’는 통지서를 보내왔을까. 작금의 북한 처지에선 이 사건을 서둘러 진화시킬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국제제재 탓에 곤욕을 치르는 북한으로선, 국제적 범례를 벗어난 야만적 행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더 큰 화가 밀려 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난자가 외국인이더라도 저런 식으로 잔인하게 처리했을까. 우리를 얼마나 하찮게 봤으면 저랬을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이번 사건은 북한이 우리의 동족임을 거부하는 확증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청와대가 급히 공개한 남북 정상 간에 주고 받은 친서를 보면, 덕담과 함께 “생명 존중” 가치 공동인식이 핵심이다. 쌍방 간의 교류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왜 이 시기에 친서교환 건을 공개했을까. 참 아리송하다. 북한은 답신에서 “생명 존중” 운운했는데,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뻘쭘함에 “미안함” 정도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김정은이 직접 보낸 것도 아니고, 김정은의 뜻이 그렇다는 식으로 얼버무린 것을 통일전선부가 청와대로 보냈다. 우리로선 자존심 상할 일이다. 통일전선부는 통일부로 보내야 마땅했다. 얼마나 우리 정부를 우습게 봤으면 저럴까 싶다. 청와대는 유례없는 일로 감격하듯이 발표했지만, 청와대가 통일부로 보내서 발표하도록 해야 국격에 맞는 행동이다. 북한만 쳐다보고 체신도 품위도 다 버린 청와대의 처신이 통탄스럽다.

북한 사안관련은 매사가 이런 식이니, 국민의 분노가 분기탱천 할 일이다. 국민의 자존심과 자긍심이 현 정권 탓에 함께 추락한지 오래다. 권력을 잡은 소수가 5천만 국민의 맘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민은 무한하다. 매사에 이런 식이니 북한은 청와대가 뭐라고 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남북연락사무소가 와르르 무너져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보는 정권이다. 오히려 평양에 관광객을 보내자는 추파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유엔총회 연서에서 문 대통령은 비핵화는 쏙 빼고 종전 운운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은 어떨지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허긴, 이미 국제사회에서 현 정권의 외교가 눈 밖에 난지 오래다.

이래저래 현 정권은 이미 북한체제의 하수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런 처지에, 피살자 시신 처리 및 후속대책 마련에 북한이 순순히 응할 것 같은가.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친서(?)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지만, 화형당한 우리 공무원에 대해선 의례적인 언급만 했다. 이래서야 국민의 분노와 불안감이 가라 앉을 수 있겠는가. 가득이나 코로나를 내세운 ‘자유권 자제와 박탈’의 힘겨운 현실인 데,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포기한 채, 국가통제에 협력하는 순구한 국민이지만, 성난 민심이 언제 터질지도 모른다. 합법적 공권력으로 자유권을 침해하면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으로 나올 것이다. 권력은 그 맛에 빠지면 권력확산에 주력하려 드는 속성이 있지만, 국민이 참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지난 우리 정치사에서 볼 수 있듯이 권위주의에서 독재로 가는 길은 아주 가깝다.

북한이야 원래 그런 체제라지만, 더 한심한 것은 우리 정부의 무능과 소극적인 대응이다. ‘사람이 먼저다’를 국정운영의 가치로 내세웠던 문 대통령은 별다른 구조 지시도 안 했고, 사태수습 과정에서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국민 설명도 사과문도 없다. 연신 평화와 종전 운운하더니, 국군의 날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함구했다.

취임 초기엔 ‘사람이 먼저’라고, 인천 영흥도 앞바다 낚시배 전복 사고 희생자를 위한 묵념까지 했던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보고 받은 즉시 구출조치를 명해야 했고, 친서까지 교환한 북한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야 했다. 이거저거 눈치보다가 무고한 우리 공무원만 희생된 것이다. 취임 초기와 달리 격세지감이 든다.

세월호 때는 그렇게 닥달했던 여당은 통지서 한 장에 들떠서, 사건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데 골몰 중이다. 여당 인사들이 쏟아낸 “계몽 군주” “전하위복“ 등등 국민이 처참하게 희생 당했는데도, 정치적 유불리에만 매달리는 형국이다. 이런 사건에 여야와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않는다면 그건 국가가 아니다. 북한과의 핫라인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 아닌가. 사람이 죽어 가는 데, 국방부는 자진월북 운운 하면서 청와대 눈치나 살피다가 엉거주춤 주저 앉았다. 이러니 누가 군을 믿고, 누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는가. 외교부와 통일부 마저도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련 부처 간의 협력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공동조사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답이 없다. 이러다가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다.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국회까지 합심해서 사태해결에 나서주길 당부한다. 부질없는 정쟁으로 발생하는 분열과 갈등은 북한이 원하는 바다. 이건 정치적-정쟁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목숨이 달려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국민은 코로나(COVID-19) 탓에 몸과 맘이 무겁다. 연일 가해지는 자유권 제한 조치에 삶의 질 마저 추락하는 중이다. 이 와중에 공분 할 사건이 발생했지만, 사건의 실태가 낱낱이 밝혀져야 마땅하다.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 사건 전개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부재와 직무유기성 나태함에 크게 실망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관련 하여 국민 앞에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 성명을 보여줘야 마땅하다. 국민이 국가와 정부를 믿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 외부기고자의 칼럼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