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규(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뉴스T&T 의학전문기자

현대인들은 왜 그렇게 스트레스가 많은지 모르겠다. 여기에 가도 스트레스, 저기에 가도 스트레스, 집에 와도 스트레스, 직장에 가도 스트레스... 극단적인 어떤 분들은 스트레스가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그것이 없어지면 공허해지고 방황하게 되는 경우이다. 복잡하게 변하고 있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스트레스라는 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1. 스트레스는 신경성 질환의 주범

두통, 피로와 같은 전신 증상, 설명되지 않는 근육통...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 보아도 각 기관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만 나오니 답답한 노릇이다. 나는 아파 죽겠는데... 그뿐만 아니다. 스트레스는 불면, 불안, 우울, 약물 남용 등 각종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 스트레스와 호르몬

스트레스는 카테콜아민이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서 혈관을 수축하게 된다. 이때 높아진 혈압 때문에 혈관 내피세포가 상처를 입으면 콜레스테롤이 혈관 안에 쌓여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각종 호르몬의 변화를 초래하여 면역기능을 저하시키거나 성호르몬의 불규칙으로 생리 이상 증상이 오기도 한다.

3. 스트레스와 자율 신경계

스트레스를 통해 우리 몸의 자율 신경계가 자극되면 고혈압, 부정맥, 협심증 등 각종 심장혈관 질환이 악화되고 소화기에는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대장 증상과 같은 기능성 위장 장애와 위-십이지장 궤양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뇌졸중이나 뇌출혈과 같은 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다.

4. 스트레스와 암

크고 오랫동안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는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여러 가지 생리적 변화를 불러온다. 대뇌변연계에 영향을 미쳐 면역과 내분비 기능을 억제시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미리 잡아내지 못해 암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흔히 힘든 일이 생길 때 우리의 말 중에 ‘속 상한다’ 또는 ‘속 썩는다’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다.

 

■ 우리는 살면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접하게 될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접하게 되는 걸까? 생활 속에서 어떤 사건을 경험한 후에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적응을 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에너지를 근거로 스트레스의 크기를 점수로 분류한 연구들을 대략 살펴보면, 1위가 배우자 사망으로 123점이며 2위가 이혼으로 100점이고 3위가 가족 중의 사망으로 94점이다. 그 뒤를 이어 별거(82점), 직장에서 해고(79점), 친한 친구의 사망(71점), 임신(66점), 사업 문제(64점), 정년퇴직(55점), 부부 싸움(51점), 결혼(50점) 등이 상위의 큰 스트레스를 차지한다. 기타 이사(42점), 학교 전학(36점), 직장 상사와의 갈등(30점), 여행으로 인한 식사와 수면 습관의 변화(27점) 등이 하위의 스트레스를 차지한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와 휴가도 각각 30점, 25점의 스트레스 크기를 갖는다. 문화권의 습성이나 생활 패턴의 발달에 따라 순서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가장 큰 스트레스 점수를 부여받는 생활 사건은 배우자의 사망이며 그다음이 이혼이나 부부간의 별거이다. 부부 생활이나 가족의 화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 나의 스트레스 몇 점?

아래에 열거한 스트레스 자가 진단 테스트 (BEPSI-K)는 지난 한 달간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1점에서 5점을 선택하도록 하여 이들을 합산하여 이용하도록 만든 도구로, 5문항이어서 짧으면서도 스트레스를 간편하게 측정하도록 되어 있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1. 지난 한 달 동안의 생활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①전혀 없다 ②간혹 있다 ③종종 여러 번 있다 ④거의 매번 그렇다 ⑤언제나 항상 그렇다

 

2. 지난 한 달 동안 자신의 생활 신념에 따라 살아가려고 애쓰다가 좌절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①전혀 없다 ②간혹 있다 ③종종 여러 번 있다 ④거의 매번 그렇다 ⑤언제나 항상 그렇다

 

3. 지난 한 달 동안 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①전혀 없다 ②간혹 있다 ③종종 여러 번 있다 ④거의 매번 그렇다 ⑤언제나 항상 그렇다

 

4. 지난 한 달 동안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게 느끼거나 불안해한 적이 있습니까?

①전혀 없다 ②간혹 있다 ③종종 여러 번 있다 ④거의 매번 그렇다 ⑤언제나 항상 그렇다

 

5. 지난 한 달 동안 할 일이 너무 많아 정말 중요한 일들을 잊은 적이 있습니까?

①전혀 없다 ②간혹 있다 ③종종 여러 번 있다 ④거의 매번 그렇다 ⑤언제나 항상 그렇다

 

 

결과 보기

[보기별 점수]

① 전혀 없다 -> 1점

② 간혹 있다 -> 2점

③ 종종 여러 번 있다 -> 3점

④ 거의 매번 그렇다 -> 4점

⑤ 언제나 항상 그렇다 -> 5점

 

다음 문항을 읽고 본인에게 맞는 보기를 선택한 후, 각 문항의 점수를 합산한 후 5로 나눈다.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

이 자가 스트레스 테스트 점수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

· 2.8 이상 : 고 스트레스군

· 1.8 이상~ 2.8 미만 : 중등도 스트레스군

· 1.8 미만 : 저 스트레스군.

 

■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 게 좋을까?

똑같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는데도 왜 누구는 암이나 질병에 걸리고 누구는 그렇지 않을까. 이에 대한 답은 피해갈 수는 없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즉, 스트레스가 어떤 형태로 해결되느냐에 따라 성장 사이클과 악순환 사이클로 분류된다. 성장 사이클 속에서는 스트레스를 만났을 때 건설적인 해결자원들을 동원하여 이를 이겨내고 더욱 큰 그릇의 사람이 될 뿐 아니라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건설적인 해결자원이라 함은 예를 들어 운동, 낚시, 그림 등의 취미활동뿐 아니라 여행, 종교적 활동 등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에서 얻어진 것들이다. 술 한잔도 좋은 건설적 해결 자원이 될 수도 있다. 성장 사이클 속에서는 스트레스가 반복될수록 건설적인 자원들이 더욱 발달하게 되며 스트레스가 반복될수록 삶의 보약 역할을 한다. 아픔만큼 성숙해지며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밑바탕이 되어 준다. 성장 사이클 속에서 스트레스는 인생에 대해 ‘십전대보탕’의 보약이다.

나름대로의 건설적인 해결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면 스트레스는 악순환 사이클로 진입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선 사람이 불안해지는 위기의 상태가 초래된다. 이때는 자녀나 배우자 등 가족의 도움, 친척, 친구, 단체, 성직자, 의료진 등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적절한 외부자원의 도움이 있다면 다시 성장 사이클로 회복할 수 있지만 외부자원마저 없는 사람이라면 악순환 사이클이 계속 진행되어 비정상적인 해결 과정을 선택하게 된다. 불안한 위기 상태로는 사람이 계속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병적인 해결자원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정의 심리를 보이거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남들을 원망한다. 또한 스트레스가 신체화 증상으로 표출되어 우울증과 같은 각종 신경성 질환이나 각종 스트레스성 질환들로 나타나기도 한다. 술 한잔이 성장 사이클 속에서는 건설적인 해결자원이 되지만 악순환 사이클 속에서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정신질환으로 나타난다. 그 외에도 마약이나 컴퓨터, 섹스 등의 각종 중독성 질환에 빠지거나 병적으로 돈을 낭비하거나 병적으로 많이 먹어 비만이 되기도 하며 가정폭력을 동반하기도 한다. 종교 역시 성장 사이클에서는 건설적인 해결자원이지만 악순환 사이클에서는 맹목적인 사이비종교의 형태를 띠게 된다. 악순환 사이클에서는 스트레스를 만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비정상적인 해결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반복될수록 병적인 적응상태로 고착되고 병적인 해결자원들에 중독이 되어 버리는 삶의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태어나서 사망하기 전까지는 누구나 끊임없이 힘든 일들을 겪어야만 한다. 이러한 힘든 일들을 성장 사이클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는가 아니면 악순환 사이클을 선택하여 해결해 나가는가 하는 것은 나중에 반복되었을 때 그 삶의 결과가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힘든 일이 닥쳐왔을 때 악순환 사이클 속에서 그 원인을 남에게 전가하면서 절망해버린다면 이전보다 훨씬 불행한 결과로 빠져버린다. 평소의 적극적인 신념체계,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각자 나름대로의 건설적인 대처 방법들을 개발하고 주위 동료들이나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가 있을 때 스트레스는 성장 사이클 속에서 인생의 십전대보탕 역할을 할 것이다. 혹시 주변에서 오늘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께 정중히 인사를 드리자. ‘십전대보탕을 한 재 지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스트레스의 크기는 상대적이다. 같은 크기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도 1차적으로 스트레스를 담아내는 그릇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의 가치관, 삶에 대한 신념, 삶의 경험, 평소의 성격 등으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그릇 속에 스트레스를 담는다. 살면서 겪는 일들이 그 그릇의 크기보다 더 클 때 스트레스가 되어 생활의 균형을 잃고 힘들게 된다. 필자와 같이 인간적인 욕심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중생들은 몇만 원 들어있는 손지갑만 잃어버려도 호들갑을 떨고 커다란 스트레스가 되는 반면 인간적인 욕심을 초월한 부처님이나 예수님 같은 분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고 해도 작은 미동조차 없을 것이다. 써 내려가다 보니 성경의 한 구절과 관련된 문구가 자꾸만 연상된다. ‘욕심은 스트레스를 낳고 스트레스는 사망을 낳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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