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제공
할머니 늘어진 뱃살같은 늙은 호박이 자랑스럽게 늘어져 있고... / 송세헌 제공

"기상학적인 계절의 구분은 1979년에 발표된 논문을 기준으로 하는데요.

가을이 시작되는 것은 평균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거나

최고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기상청도 이 평균 기온의 기준을 바탕으로 여름과 가을을 구분 짓는데요.

하지만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될 때 가을이 시작됐다고 봅니다."

기상청 관계자의 말이다.

오늘 새벽 기온이 18도.

20도 이하니까 가을의 조건이 되는가보다.

오늘 새벽은 일부러 산길로 가보았다.

(연못의 연들을 몽땅 베어 내어 연을 찍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냥 두어도 자연적으로 시들고 겨울에도 멋진 풍경을 연출할텐데

그 곳에 겨울에 스케이트장을 만들 예정이란다.)

 

산모퉁이엔 고구마 줄기들이 왕성하게 검푸른 빛을 빛내고 있고,

논둑의 밤가시도 갈색으로 익어가고,

바람과 벼락이 숨어 있다는  대추도 붉어가고,

할머니 늘어진 뱃살같은 늙은 호박이 자랑스럽게 늘어져 있고,

호랑이 엉덩이가 찔렸던 수수도 붉게 물들고,

감나무가 감당 못할 주먹만한 땡감들은 떨어져 있다.

갈바람 없어도 삽상한 공기.

아직도 풀벌레는 바삐 울고

가을은 강물처럼 조용히 흘러오고 있었다.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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