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강에 큰 문제 없어" 발표…계란말이·계란간편식 재등장

정부가 '살충제 계란' 전수 조사를 마치고 계란을 유통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식당이나 편의점에서는 불안한 소비자를 위해 계란을 빼고 다른 반찬을 제공하거나 식자재로 국내산 대신 수입산 계란을 사용하고 있다.

또 대형마트에서 계란 판매는 반 토막이 났고 제빵·제과업계도 피해가 커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계란 대신 어묵을 이용한 어묵김밥이 나오고 계란 반찬 대신 두부조림을 식탁에 내놓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계란없는 김밥

◇ 계란 반찬 내놓기 시작했지만 불안감 여전

계란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자 일선 식당들은 계란 대신 두부 조림 등 다른 반찬을 내놓기도 했다.

21일 찾은 서울 중구의 한 김밥집 직원은 "계란 검사결과 안전하다고 나왔다"며 벽에 붙여둔 검사결과 증명서를 가리켰다.

이 직원은 "지난주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김밥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계란을 쓸 수가 없어 대신 어묵을 넣었다"며 "검사결과가 나와 지금은 계란을 다시 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주에 계란을 안 쓰니 일부 손님들이 '계란을 넣어달라'고 했는데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넣을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당도 지난주 기본 반찬으로 나오던 계란말이를 두부 조림이나 탕수육 등 다른 단백질이 들어있는 반찬으로 대체했다.

이 식당 주인 박 모(51) 씨는 "납품 업체 계란이 안전하다는 결과를 받아 어제부터 다시 계란말이를 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편의점 업계는 계란 대체품을 찾는 대신 계란이 들어간 간편식 제품을 판매 중단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간편식 9종의 판매를 중단했다가 이 가운데 6종은 정부 조사 결과 안전이 확인돼 판매를 재개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아직 3종은 판매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CU는 국내산 계란을 사용한 간편식 2종을 지난주 판매 중단했다가 안전하다는 검사결과가 나오자 다시 팔기 시작했다.

CU 관계자는 "다른 상품들은 안전을 검증받은 미국산 계란을 사용하고 있다"며 "지난 1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겪었을 때 도시락에 들어가는 계란 반찬을 다른 반찬으로 바꿨지만, 이번에는 판매 중단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GS25도 지난주 계란이 들어가는 간편식 제품 판매를 잠시 중단했다.

GS 관계자는 "안전성을 검증받아 판매를 재개했다"며 "앞으로는 안전한 메뉴 중심으로 다른 신메뉴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살충제 성분검사 이상 없는 상품입니다'

◇ 빵집 "안전한 계란만 사용"…매출 감소 우려

살충제 계란으로 제조 과정에서 계란을 많이 쓰는 제빵업계는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출입문에 식약처와 농식품부 검사를 마친 안전한 계란이라는 문구를 붙인채 영업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빵업체 관계자는 "빵에 원료로 계란을 쓰기는 하지만 계란이 눈에 직접 띄지 않기 때문인지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아직 매출 감소는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자의 불신이 너무 커서 어떻게 흘러갈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동네 빵집은 매출이 20∼30% 줄어드는 타격을 입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매장 등 유통업체에서 계란 판매는 급감했다.

이마트의 경우 살충제 계란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계란 매출이 2주 전 같은 요일과 비교해 45.5% 감소했고 주말인 19∼20일 이틀간만 비교했을 때는 41.2% 줄었다.

대형마트와 농협 매장 등에는 '판매되는 계란이 검사결과 안전하다'는 안내문을 내걸었지만, 소비자의 높은 불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단백질 보충원인 계란 대체재로 두부 등 콩 제품과 우유를 찾으면서 마트에서는 이들 제품을 더 많이 진열했다.

4살과 2살 자녀를 둔 서울 마포구에 사는 회사원 김 모(32)씨는 "이제 막 돌 지난 아이에게 어떤 계란을 먹여야 할지 모르겠다. 답답하다"면서 "먹거리 문제를 일으키면 강력히 처벌해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계란 성분 활용 화장품 괜찮나…"살충제 계란 위험과 무관"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하면서 계란이 들어간 제품을 취급하는 화장품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계란 흰자 성분인 '알부민', 노른자 난황에 다량 존재하는 '레시틴' 등이 포함된 화장품을 판매하는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등 화장품 업체들은 자사 제품들이 살충제 계란과 관계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알부민'은 수분을 끌어들여 모공을 축소하는 기능을 하고, '레시틴'은 지용성비타민 흡수를 도와 피부노화·색소 침착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화장품에 많이 쓰인다.

화장품브랜드 미샤와 어퓨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어퓨에서 판매하는 '알부민' 함유 코 패치가 문제의 계란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제품에 직접 계란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추출물 형태로 담겨 안심하고 사 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종가량의 계란 화장품을 판매 중인 토니모리도 자사 제품에 살충제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업계는 제품에 담긴 계란 성분이 1% 미만으로 극소량인 데다가 제작 과정에서 철저하게 유해성분 검사를 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등 관련 제품이 많은 회사는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자체적으로 제품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식약처는 "계란 성분 함유 화장품에도 계란 성분 활용 정도가 미미하므로 안전하다"고 밝혔다.

국내 화장품업계를 이끄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계란 추출물을 이용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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