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을 언급한 이후 충청권이 들썩이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지역 정가는 물론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모든 충청인들이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며, 이번에는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이 실현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의 발언과 달리 정부의 움직임은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과 관련하여 전혀 그런 기류가 아닌 것 같다. ‘행정수도 이전’의 주무부처 首長(수장)인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하여 정부 차원에서의 검토 및 추진상황을 질의하자 “현재까지는 정부차원에서 관련 준비 및 검토조차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진 장관의 더욱 충격적인 답변은 미래통합당 권영세 의원의 “장관님! 행정수도 이전 반대했었죠? 요즘은 어때요? 수도 이전 관련해서”라는 질의에 “네. 그랬습니다. 저는 그때도 반대했고요. 지금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이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발언과는 정반대로 주무부처 장관은 정부차원에서 관련 준비 및 검토조차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자신은 수도 이전을 반대한다고 노골적으로 답변하는 상황에서 과연 충청인들의 염원인 ‘행정수도 이전’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 장관의 답변과 궤를 같이하여 지난달 24일 개최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총사업비 등 준비상황에 대한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의 질의에 “현재까지 준비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수도 이전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주무부처 장관이나 국무총리의 국회 답변만 놓고 보면,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발표가 즉흥적 제안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말 그대로 遷都(천도)에 해당한다. 그런데 주무부처의 장관도 국무총리도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정부차원의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상황에서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발표를 내놓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을 발족하며, ‘행정수도 이전’ 군불 때기에 나서는 집권여당의 행보보다는 주무부처 장관이나 국무총리의 발언에 눈길이 더 쏠리는 이유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 뚜겅 보고 놀란다‘는 우리 속담처럼 충청인들은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과 관련하여 몇 차례 아픈 상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 차원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충청인의 염원인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을 추진할 의지가 확고하다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주장처럼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수도 이전 공약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지난 2003년 11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건설 국정과제 회의에서 “내가 지난 대선에서 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좀 재미를 봤다”는 발언이 충청인들의 뇌리 속에 다시 떠오르지 않을테니 말이다.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은 단순히 행정부처 몇 개 이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과 대한민국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당·정·청이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이루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벌써부터 당과 정부가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니 충청인들이 또다시 헛꿈만 꾸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지금부터라도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당·정·청의 유기적인 협조관계 구축을 통해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을 위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김태년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발언을 곧이 곧대로 믿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에 한 가지 더 부탁하고 싶은 것은 “KTX 세종역도 못 만들어놓고, 그동안 여당이 세종시를 행정수도라고 할 정도의 위상을 갖춰놨느냐? 청주·오송 눈치 보다가 세종에 역 하나 못 만든 상태라”는 일침을 가한 김형주 전 국회의원의 발언을 곱씹어 되새겨 ‘행정수도 이전‘의 졸속 추진은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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