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조직의 성패는 人事(인사)의 공정성에 달려 있다. 그래서 人事(인사)를 萬事(만사)라고 한다. 지난 13일 TBS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제1야당 미래통합당에게 3.1%p 차이로 역전을 당했다. 오는 29일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컨벤션효과와 흥행몰이는 고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미래통합당에게 지지율 역전을 당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한풀 꺾인 것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지명하면서 들끓는 비판 여론이 도화선으로 작용했으며, 이번 지지율 역전 역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일들이 작용했겠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국회 무시 태도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그리고 다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참모들의 집 처분을 둘러싼 내로남불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인사는 조직의 興亡盛衰(흥망성쇠)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그런데 대전지역 한 자치구의 지난 7월 1일자 인사에서 9급 서기보로 공직을 시작하여 15년 만에 5급 사무관 승진 예정자로 이름을 올린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012년 행정안전부의 지방공무원임용령 개정으로 9급 서기보에서 3급 부이사관까지 최소 승진기간이 22년에서 16년으로 줄어들었고, 9급 서기보에서 5급 사무관까지는 12년에서 8년으로 줄어들었지만, 실제 자치구에서 15년 만에 5급 사무관 승진 예정자 명단에 오르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 실정이다. 자치구 뿐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에서도 9급 서기보로 공직에 입문하여 15년 만에 5급 사무관으로 승진 예정자 명단에 오르는 것 역시 결코 쉽지 않은 일인 것에 비추어 볼 때 자치구에서의 15년 만에 5급 사무관 승진 예정자 명단에 오른 것은 그야말로 초스피드 승진임에 틀림없다.

물론 해당 공무원이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누구나 인정받는 실력을 갖추었다면, 행정안전부 지방공무원임용령의 규정에 근거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난 7월 1일자 인사에서 15년만에 5급 사무관 승진 예정자 명단에 오른 해당 공무원이 현임 구청장과 전임 구청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사람이라면, 이는 여론의 비판을 받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9급 서기보로 공직을 시작한 공무원에게 5급 사무관은 꿈의 직급이다. 말 그대로 공무원은 5급 사무관부터 벼슬로 불리는 관리자 직급에 해당되고, 죽어서도 제사상의 紙榜(지방)이나 墓碑(묘비)에 顯考學生府君(현고학생부군)을 벗어나 學生(학생)이 아닌 事務官(사무관) 즉, 顯考事務官府君(현고사무관부군)을 쓸 수 있다. 이처럼 9급 서기보로 공직을 시작한 공무원에게 5급 사무관이라는 직급은 “이제 벼슬길에 올랐다”고 자부할 수 있는 직급인 것이다.

물론 안응모 전 내무부장관처럼 일반행정직 9급 서기보에 해당하는 순경으로 공직에 입문하여 오늘날 경찰청장인 치안본부장과 충남지사 그리고 안기부 1차장 등을 거쳐 내무부장관까지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충청지역에서도 심대평 전 충남지사 당시 9급 서기보로 시작하여 1급 관리관까지 오른 김수진 전 충남도 정무부지사와 임형재 전 정무부지사 그리고 안희정 충남지사 당시의 권희태 정무부지사 등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남다른 능력을 통해 조직 발전을 도모했으며, 조직 내에서도 이들의 승진에 討(토)를 다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7월 1일자 인사에서 15년 만에 5급 사무관 승진 예정자 명단에 오른 해당 공무원에 대해서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조직 발전에 혁혁한 기여를 했거나,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실제 해당 자치구에서 5급 사무관으로 정년퇴임한 知人(지인)에게 해당 공무원의 5급 사무관 승진 예정자 명단에 오른 것에 대해 물으니 “우리 구의 지난 7월 1일자 인사는 구청장의 전형적인 측근 챙기기 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난 7월 1일자 인사로 인해 다른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가 무척 심한 상태다. 인사의 형평성이나 공정성은 지금 우리 구의 체제 하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무릇 人事(인사)에서 공정성이 결여되면, 그 조직의 발전은 도모하기 어렵다. 인사 발표가 있은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당 자치구 공무원들이 부글부글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이제 채 2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지난 7월 1일자 人事(인사)는 현 구청장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어느 조직의 어떤 人事(인사)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人事(인사)는 없지만, 구성원들로부터 최소한 공정하다는 이야기가 불공평하다는 이야기보다 더 많이 들려야만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이치라는 사실을 해당 구청장은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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