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과세 말뿐...고운 털은 '친절하고 특별하게', 미운 털은 '고강도 세무조사'

김강중 편집국장
김강중 편집국장

대전지방국세청, 돌아보니 참 오랫동안 출입한 기관 중 하나다.

경제지에서 기자를 시작한 탓으로 신참 시절부터 줄곧 출입했다.
어림잡아 30년이 넘었다. 사람이 오래 살면 못 볼 것만 본다고 했던가.

애증의 출입처인 만큼 대전청에 대해 보고 듣지 않았으면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도 세정협의회 등 이런저런 제보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요즘 국세청에 대한 제보가 부쩍 늘었다. 그만큼 억울한 납세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날아 든 제보는 개인 신상부터 거액의 탈세, 과도한 세무조사 등 다양하다.

내용인즉 3년 전 퇴직한 6급 직원의 경우 사무관 특승에 탈락됐다며 본 청장을 상대로 부당성을 진정했다.
진정서에는 체납자 은닉재산 추적실적을 상세하게 적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395억여 원을 발굴, 추징했다.

이 기간 혁혁한 체납해소로 국무총리 상을 받았다. 또 업무유공, 모범, 창의학습 등 3번의 국세청장 수상도 빛났다.
그러나 그는 결국 사무관 승진에서 탈락했다. 일에는 유능했으나 '말 잘 듣는 귀염둥이'는 못 됐던 모양이다.

또 어느 지방청 9급은 7급 행세를 하며 혼인을 빙자한 사건은 해프닝 정도로 접어두자.

무엇보다 기업의 세금 포탈과 과도한 세무조사에 대한 문제가 마사(魔事)다.

그동안 국세청을 출입하면서 기억되는 것은 '소득 있는 데 세금 있다'란 말이다. 그리고 공평과세, 정도세정이다.
그렇다면 과세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은 국세행정의 척도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대전청으로 부임하는 청장들의 취임 일성은 하나같다. 그것은 성실납세 기업에는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무한서비스를 다짐한다.
그러면서 고질적 탈세·탈루자는 끝까지 추적해 엄중 조치하겠다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잊지 않는다.

아낌없는 납세지원과 탈세의 경고는 때론 이중의 잣대가 되어 '곡예'를 부리는 일이 허다했다.

역대 국세청장들도 이구동성 혁신과 청렴을 강조했다.

낮에는 '섬김 세정', 밤에는 뒷돈을 챙기다 영어의 신세를 졌다. 10여 년 전 충남 출신 청장까지 거개 30% 청장이 모두 그랬다

그렇다면 대전청의 경우는 어떠한가.

앞서 얘기했듯 탈세 및 체납자에 대한 추징은 업무실적으로 평가되고 '특승'의 기회도 갖는다.

수일 전의 일이다. 대전과 충남지역에 사업체를 둔 신생 중소기업은 연 매출 300억 업체로 급성장했다.
이 업체는 무슨 미운 털이 박혔는지 대전청으로부터 13개 월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매출의 대부분을 무자료와 가공 거래로 몰았다. 조사 단계부터 공언한 검찰고발과 250억 세금추징은 기정사실이 됐다.

소명을 위해 제출한 자료를 대전청은 임의로 수정하기도 했다는 주장이다.
또 세무조사 내용을 타 세무서와 거래업체에 알려 정상적인 거래도 차단했다.

이 정도면 쥐 한 마리를 솥단지에 몰아놓고 뚜껑을 덮은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달림 끝에 이 회사 대표는 세무조사 결과에 문제가 많다며 조세범칙심의위 회부를 자청했다.

열흘 전, 개최된 심의위도 당초 오후 2시에 열겠다고 해 놓고 당일 오전 10시로 앞당겨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처리했다.

이를 전해들은 피조사인은 소명자료 제출과 심의위의 회의록과 위원 명단을 요구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성장 중소기업을 1년 넘게, 이례적인 세무조사는 승진을 겨냥한 조사관의 공명(功名)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또 이런저런 의혹이 무성한 것을 보면 대전청의 '괘씸죄'도 작용했음직하다.
피조사자는 속수무책 도산 지경에 이르게 됐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정반대의 사례를 보자. 5개월 전 쯤으로 기억된다.

대전국세청 대전세무서는 한 물류업체 가 십수억 부가가치세 탈루했다는 제보에 대해 묵살했다.

한 하청업체 대표는 물류업체 도급사의 십수억 원 부가세 탈루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왠일인지 대전세무서 조사관은 딴전을 부렸다.

되레 500억대 원청 도급사를 두둔하며 피해 7개 하청 업체별로 탈세 증빙을 구비해 접수하라고 안내했다. 타박을 하며 제보자를 압박한 것이다.

누가 봐도 바지사장 '모자 바꿔쓰기'로 부가세를 포탈한 것을 단박 알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그는 '딱새'의 본분을 잊고 '찍새' 노릇을 했으니 속사정이 있었을 터이다.

아무튼 대전세무서는 탈세형의가 분명한 도급사를 '특별하게 친절하게' 조사하면서 탈세제보는 유야무야 끝났다.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이뿐만 아니다. 직원들을 감사해야 할 한 간부는 뒷돈을 챙기다 명퇴를 당했다. 
또 어느 조사관은 현직에 있으면서도 번듯한 사찰을 운영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어느 조사과장은 서기관으로 승진했으나 조사업체가 건넨 '배달사고'가 뒤늦게 불거져 서장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대전의 관문 A터미널 상속세 사건은 법원 판결을 받고도 대전청 현안으로 남았다.
둔산 B모 치과 세무조사 축소, 음성군 C농약사 세무조사 봐주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심지어 한 조사관은 세무조사와 관련해 취득한 자기앞 수표를 화상경륜장에서 수시로 현금으로 환전하다 발각돼 물의를 빚은바 있다.

이런 세무조사 후유증으로 서울, 수도권 등 이탈한 지역 중견기업, 성장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공권력이 자의적으로 남용되면 국가와 사회는 병이 들고 부패하게 마련이다. 나아가 지역경제가 흔들리는 요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해관'에서 공직자의 처신을 이렇게 비유했다. '공직의 자리는 가을 새매가 나뭇가지에 앉았다 날아간 듯 하라'고 일렀다.

국세청 뿐만 아니라 도처에서 '염불보다 잿밥'인 벼슬아치들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이래저래 공리를 위해 애쓰는 '국민의 머슴'을 찾아보기란 참 어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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