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전시당 윤리심판원이 지난달 31일 8대 후반기 대전시의회 및 기초의회 원 구성 파행과 관련하여 징계를 심의·의결한 가운데, 동구의회와 서구의회 원 구성 파행에 대한 징계 수위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면서 지역 정가에서는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과 31일 윤리심판원은 제11차·12차 회의를 개최하고, 당 의원총회를 거부한 채 입후보해 의장으로 선출된 혐의 등으로 징계에 회부된 서구의회 이선용 의장을 제명하기로 결정했으며, 당 의원총회 결과에 따르지 않고 입후보해 의장으로 선출된 동구의회 박민자 의장에게는 충분한 소명이 있었고, 해당 사안에 대한 깊은 반성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서면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당 의원총회를 거부한 채 입후보해 의장으로 선출된 것과 당 의원총회 결과에 따르지 않고 입후보해 의장으로 선출된 것이 도대체 어떤 차이점이 있어 윤리심판원이 한 사람에게는 정치생명과 직결되는 제명 처분을 단행하고, 한 사람에게는 앞으로 징계를 받아도 정치적 행보와 별 관계가 없는 서면 경고 조치를 결정했는지 일반인들의 상식선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윤리심판원이 동구의회 박민자 의장의 경우 충분한 소명이 있었고, 해당 사안에 대한 깊은 반성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제명’과 ‘서면 경고’는 그 경중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윤리심판원의 ‘고무줄 잣대’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더구나 윤리심판원이 후보로 출마하여 의장에 선출된 것도 아닌 서구의회 김창관 의원에게 의장 선출 과정에서 의원총회를 거부하는 등 당론 위반혐의를 들어 ‘당원자격정지 6개월’을 처분하고, 역시 김창관 의원과 같은 당론 위반혐의를 들어 정능호·서다운·김신웅·손도선·신혜영 의원에게 ‘당원자격정지 3개월’을 결정하는 무더기 징계를 단행한 것을 감안하면, 동구의회 박민자 의장의 경우는 이번 후반기 원 구성 파행 과정에서의 당사자임에도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러니 한 것은 지난달 17일 대전 동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철민 의원이 ‘동구의회 의장 및 위원장 선거 파행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동구 지역위원회는 당내 민주주의와 단합을 회복하기 위하여 해당행위를 철저히 조사한 후에 엄정한 징계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며 머리를 숙인 바 있는데, 이번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보면, 동구의회 원 구성 과정에서는 해당행위가 존재한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박민자 의장이 ‘서면 경고’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지역위원장이자 현역 국회의원이 지역민과 당원들에게 머리를 숙인 결과 치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이번 윤리심판원의 결정만 보면, 장철민 의원은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괜히 머리만 숙인 꼴이다.

동구의회는 전체 13명의 의원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이 6명으로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2일 민주당 소속 의원 6명이 의원총회를 통해 4표를 얻은 이나영 의원이 2표를 얻는데 그친 박민자 의장을 누르고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의장을 연임하는 것으로 내부 당론을 정하고, 13일 단독후보로 등록하면서 연임이 확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4일 열린 제25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단독후보인 이나영 의원이 1차 투표에서 찬성 5표 반대 3표 기권 3표로 부결됐으며, 이어진 2차 투표에서도 찬성 5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다시 부결됐다. 무기명 투표임을 감안할 때 박민자 의장이 이나영 의원에게 찬성표를 던졌다고도 볼 여지는 있으나,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박민자 의장이 반대표를 행사했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점이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나영 의원에게 패하며 후보 등록이 좌절됐던 박민자 의장은 15일 후보 등록에 참여했고, 16일 개최된 본회의에서 이나영 의원이 성용순 의원을 지지하면서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박민자 의장이 성용순 의원을 6 對 5로 누르고 당선되면서 박민자 의장과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연대설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상황이 이쯤 되면,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박민자 의장은 동구의회 원 구성 파행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면 경고’ 처분만 한 것에 견주어 볼 때 서구의회 이선용 의장에게 ‘제명’ 처분을 결정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다.

윤리심판원이 과거는 잊고 미래를 향한 전진을 위해서 동구의회 박민자 의장에게 ‘서면 경고’ 처분을 하려면, 서구의회 이선용 의장에게도 마땅히 ‘서면 경고’ 처분을 해야 하고, 一罰百戒(일벌백계) 차원에서 이선용 의장에게 ‘제명’을 결정하려면, 박민자 의장에게도 ‘제명’을 결정하든지 최소한 ‘당원자격정지 2년’ 정도는 처분해야만 충분한 소명과 깊은 반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不偏不黨(불편부당)함을 잃은 이번 윤리심판원의 징계 결정이 가뜩이나 2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물난리를 겪고 있는 대전시민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결과만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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