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보호하고 더불어 사는 상생의 길 모색해야

대전벧엘의 집 원용철 담임목사
대전벧엘의 집 원용철 담임목사

코로나19가 장기화로 경제가 무너져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이 일상이 되면서 요식업, 여행업, 숙박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산업 전반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종종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제목으로 등장하는 기사들을 보면 인간의 활동이 제한을 받으면서 지구 생태계가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겨울이면 '3한4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한 공기 질을 보여 주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 때문에 몸살을 앓던 지구환경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자 생태계가 복원된 것이다.

이렇듯 지금 우리사회는 코로나19로 정치, 문화, 환경 등 사회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혹자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사회가 전혀 다른 세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BC(기원전)와 AD(기원후)의 구분이 새로워졌다는 주장도 있다.
즉 BC(Before Corona, 코로나 이전)와 AD(After Disease, 질병 이후)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사회가 요동을 쳐도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약자들을 보호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향한 노력이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방역당국의 대응형태를 보면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환자의 동선을 파악한 뒤 접촉자들을 분리시키고, 환자가 다녀간 곳은 일정기간 폐쇄한다.
게다가 예방차원에서 사람이 모이는 행사, 회의, 강연 등은 대면에서 온라인 매체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사회 전반에 비대면 방식이 일반화되고 강력한 방역수칙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무료급식 등 사회복지 서비스도 중지되고 있다.
코로나19 한창 확산될 때 언론에는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굶는 기현상이 일어난다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 현상을 대변하듯 노숙인, 쪽방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벧엘의집'에도 무료급식을 중단하는지에 대한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당혹스러웠던 것은 문의전화 대부분이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들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란 점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나 염려로 봉사활동을 잠시 중단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복지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서비스가 중단되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무료급식이나 도시락 배달이 중단되면 이를 통해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은 굶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무료진료소가 문을 닫으면 그곳을 이용하던 환자들은 갈 곳이 없다.
복지관을 이용하던 사람들도 복지관이 폐쇄되면 복지관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예컨대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 다른 백화점을 이용하거나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무료급식 등 사회복지서비스는 다른 대체수단이 없다.
따라서 코로나19로 무작정 잠정 폐쇄하는 조치는 재고돼야 옳다.

어쩌면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것은 무료급식소 등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복지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에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무작정 잠정 폐쇄나 중단이 유일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발전과 편리라는 미명하에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던 길에서 잠시 쉼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이에 대해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유발 하라리(Y. Harari)역사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기를 맞아 인류는 특별히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전체주의적 감시체제와 민족주의적 고립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와 글로벌 연대의 길로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잠시 멈추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 함께 살아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박노자 교수는 코로나19가 세 가지 신화, 선진국 신화, 미국 신화, 시장의 신화를 무너뜨렸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포스트 코로나시대는 무한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를 무너뜨리고 새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별(astro)이 없는(dis) 상태'가 바로 재난(disaster)이라고 한다.
지중해를 향해하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망망대해에서 별을 보고 항로를 찾았다고 한다. 그들에게 별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항로를 잃는 것이다. 죽음이나 다름없다.

지금의 우리사회도 코로나19로 항로를 잃은 배처럼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재난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코로나19를 통해 잠시 멈추어 서서 혼자 열 걸음을 가는 사회가 아닌 한 걸음을 가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서로에게 별이 되어 주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가 하늘의 별을 보고 무사히 항구에 이를 수 있다.
우리의 세상도 서로에게 별이 되어줄 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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