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회 전 가톨릭대 부총장
김석회 전 가톨릭대 부총장

그간 현 정부는 공무원의 숫자를 대폭 증대시킴으로써 세간의 비난을 받고 있다. 어느 조직에서든 직원을 뽑을 경우에는 그 조직에서 반드시 수행되어져야만 할 업무량(the work ought to be done)만큼만 충원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따라서 국가가 그 경영을 위해서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만큼만 충원한다면 그것을 놓고 세간에서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한나라의 고용 창출 수단으로써 불필요한 인력을 과잉 충원한다면 그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말하자면 전시행정의 일환으로 불필요한 인력을 충원, 국고의 낭비나 인적 자원의 낭비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

관료주의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공무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관료주의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공무원 사회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 이외에도 사회의 대다수 조직에서 관료주의 조직을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고, 또 대다수 국민들이 이들 관료제 조직에서 종사하고 있음으로, 오늘은 이 조직이 갖는 특성과 장단점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막스 웨버(M Wever)에 의해서 최초로 창안된 개념인 관료제(bureaucracy)란 합리성(rationalism)을 추구하는 서구사회의 문화적 가치를 크게 신봉하면서 조직의 합리적인 관리방법을 관료제의 도입으로 설명하려 하였다. 물론 관료제는 일찍이 천주교회나 로마군대에서 도입한 바 있었다. 원래 이 제도는 조직의 규모가 방대해지고 그에 따라 업무량도 대폭 증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같은 조직에서 종사할 인력도 많아지게 됨으로써 어떻게 하면 그 같은 업무를 일사불란하게 추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도에서 창안된 것이다.

막스 웨버는 그 같은 시도를 업무의 수직적, 수평적 계층화, 명령 통일화, 경력지향화. 기록보존화, 업무의 비개인성화 그리고 라인업무와 스탶업무의 분화 등을 골자로 하는 관료제를 도입하였다. 따라서 이 같은 특성을 갖는 관료제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관료제는 조직의 모든 업무를 수직적으로나 수평적으로 분화 즉, 쪼개어서 개인들로 하여금 분화된 업무를 각자의 책임과 권한에 따라서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회사업무 같으면 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부장, 과장, 계장 등으로 회사의 업무를 수직적으로 분화하고, 거기에 재무, 생산, 판매, 인사, 회계 업무 등과 같이 수평적으로 기능분화를 통해서 조직의 총체적 업무를 기능과 계층별로 분화하는 것이다.

둘째, 관료제 조직에서는 분화된 업무단위를 직위(position)라고 하고 조직 내 개개 직위에는 적재적소(the right person for the right job)의 원칙에 따라서 조직구성원을 배치함으로써 개개 성원들은 자신의 직위에서 업무를 수행케 하였다. 적재적소의 원칙이란 해당 업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소질을 갖춘 인재를 개개 직위에 충원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개개 직위에는 당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개개인은 자신의 직위에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면서 업무를 수행해 나간다. 따라서 개개인은 타의 업무영역에 관해서는 일체로 간섭하거나 업무수행에 차질을 가져오게 해서는 안 된다. 개개 조직성원들은 자신의 직위에서 법으로 정해진 합법적 권한(rational legal authority)을 독자적으로 행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관료주의 조직에서는 규칙과 규정의 문서화에 그 특징이 있다. 이는 개개 직위에서 개개인은 엄격히 정해진 규칙과 규제에 따라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업무에 대한 규정을 문서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조직에서는 개인적 자의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 조직에서는 비공식적인 조직은 일체 인정되지 않는 기계적 모델로서의 특징을 갖는다.

첨언하는 것은 이 조직이 갖는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장점으로서는 이 조직에서는 적재적소주의 배치를 함으로써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성원 개개인들이 조직에 대한 충성심으로 자신의 업무수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될 수 있어야 한다. 또 이 조직에서는 규칙과 규정에 의거해서 각자가 맡은 업무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성원 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조직의 복잡한 업무를 정확하게 쪼갬으로써 각자의 업무 경계가 확실해야 한다는 전제가 선행될 수 있어야 한다. 그 밖에도 성원들은 조직에 한 번 충원되면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종신고용이 보장되기 때문에 직무안정을 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성원들이 자리 지키기에만 매달려 업무수행을 한다면 조직의 효율성은 저조할 것이므로, 성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업무에 임해야 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조직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점이 더 많다는 점에서 조직의 관리 시스템으로써 한계가 있다 할 것이다.

예컨대, 이 조직에서는 조직의 업무를 전문화와 계층화에 의해서 분화하고 있는데, 아무리 이들 업무를 정교하게 분화하려고 시도해도 업무 간 경계가 불분명할 경우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그럴 경우 애매한 경계업무를 두고 성원 간에 마찰과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이 조직에서는 관료적 병리(bureaupathic)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관료적 병리란 관료적 조직에서는 규칙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조직 성원들이 과오를 저질렀을 경우에도 자신은 규칙에 따라서만 업무수행을 했으므로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책임회피를 하는 것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이 조직에서는 규칙과 규정에 따라서만 업무수행을 하기 때문에 조직의 기동성이나 유동성이 결여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럴 경우 조직의 운영은 경직되어서 외부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는 커다란 문제점에 직면하게 된다.

그 밖에도 관료주의 조직에서는 인간소외 현상을 면치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관료주의 조직이 성원들을 특정 직위라는 기계적 틀 속에 가두어 둠으로써 성원들로 하여금 자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조직에서는 성원들이 기계의 톱니바퀴나 조직의 시녀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성원들은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나 귀속의식을 갖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 조직에서는 관료적 병폐와 경직성, 그리고 성원들의 불친절 때문에 외부인들에게 큰 불편을 안겨주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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