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창 기자 (정치행정팀)

약 130만 명의 정회원을 보유한 국내최대 안보단체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의 수장이 지난 11일 선출됐다.

향군 회장 선출은 지난 2016년 1월 조남풍 전 회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해임된 뒤 1년 7개월 만이다. 그동안 향군은 제36대 회장 선거를 추진해 왔으나, 출마 후보들의 금품살포 문제로 몇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오랜 수장 궐위 상태를 끝낸 향군에 기대를 표해야 마땅하지만, 향군의 선거 과정을 지켜본 기자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없어져야 마땅한 조직’. 약 4개월의 향군 취재 과정에서 느낀 필자의 소감이다. ‘금품선거’, ‘부정선거’, ‘밀약선거’ 등 선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부정행위가 이번 제36대 향군 선거에서 나타났다.

선거를 공정하게 이끌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특정 후보와의 결탁 의혹에 그 어떤 명확한 해명도 내놓지 못했으며, 향군 내부 갈등을 방관한 채 선거 진행에만 급급했다.

대학교 학생회장 선거도 밥 한 번 사는 것만으로 후보 자격이 박탈되고, 당선이 무효된다. 그러나 향군 선관위는 금품 살포 후보를 ‘적법 후보’로 인정했으며, 특정 세 후보에게 선거관리규정 제20조에 규정 돼 있는 기탁금 1,000만원을 면제해주는 기행까지 서슴지 않았다. 선관위는 이를 “조속한 향군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 말했지만, 이에 파생된 갈등은 선관위의 발언을 일축하기 충분했다.

선관위의 운영 미숙은 선거 당일에도 나타났다.

11일 치러진 제36대 선거 1차 투표에서는 신상태 후보가 146표, 김진호 후보가 132표(전체 352표)로 신 후보가 1위, 김 후보가 2위를 기록했다.

2차 투표를 준비하던 도중(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시, 1차 득표 1·2위가 2차 투표를 실시해 당선자 선출) 이선민 후보(1차 투표 59표, 3위)를 사칭해 ‘김진호 후보로 힘을 몰아달라’는 문자가 살포됐다. 이에 신 후보 측은 선관위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선관위는 짧은 회의 후 선거를 속개했다.

결국, 2차 투표에서 김진호 후보가 185표를 득표, 162표를 얻은 신상태 후보를 누르고 제36대 회장에 당선 됐다. 현재(14일) 신상태 후보는 “구태의연한 부정선거 풍토를 바로잡겠다. 선거 결과에 승복 할 수 없다”며 선거 무효 소송을 암시한 상태다.

선거 뿐만이 아니다. 뉴스T&T가 입수한 ‘대한민국비리척결운동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향군의 부채는 2014년 12월 31일 기준 6천609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향군 내부 인사들은 “약 2년 전 자료인데다 향군의 보유 자산 가치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어, 실제 부채는 1조 원이 훨씬 넘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향군의 관리감독기간인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의 처신도 문제다. 약 4개월의 취재기간 도중, 기자는 보훈처의 행동에서 향군 정상화 의지를 찾기 힘들었다.

보훈처는 취재기간 내내 기자에게 “강제권이 없다”, “관련 사항을 보고 중이다” 등의 말만 되풀이했다. 강제권이 없으면 강제권을 수반하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하며, 관련 사항을 보고 중이면 그에 따른 답이 나왔어야 했다. 4개월이 지났지만, 보훈처를 통해서는 그 어떠한 명확한 답도 얻을 수 없었다.

현재 향군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은 내부 몇 관계자와 향군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정상화추진위)에 의해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상기 향군정상화추진위원장은 “이대로라면 향군은 앞으로 설 땅이 없다. 국가 안보를 위해 향군 정상화를 시키는 것이 노병의 마지막 꿈”이라며 향군 적폐에 맞서 외롭게 싸우고 있다.

그 어느 조직에도 비리와 적폐는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직의 자정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 조직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단체라면, 그러한 조직은 없어지는 것이 낫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국가 안보의 제2보루’라 불리는 대한민국 최대 안보단체다. 하지만 이 단체는 그 어떠한 자정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6·25 이후 안보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요즘, 우리나라 최대 안보단체의 부끄러운 민낯에 그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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