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천 변호사(신한금융투자) / 뉴스티앤티

□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시세조종 영역)

자본시장법은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를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매매등과 관련하여 ① 허수호가 제출, ② 가장매매, ③ 통정매매, ④ 풍문유포 및 거짓 계책을 꾸미는 행위로 구분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허수호가 제출 유형 :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하거나 호가를 제출한 후 해당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하는 행위.

허수호가 제출 등으로 시세를 변동시키는 행위는 주가 등을 조작하여 투자자를 거래에 끌어들이려는 매매유인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시세조종행위로 처벌되고, 매매유인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다한 허수호가 제출 행위로 증권 등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면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로 규제될 수 있다.

◆ 허수호가 제출 유형 사례

매매유인목적 없이 적정가와 상당한 괴리를 보이는 호가로서 체결가능성이 희박한 고가 매도호가 및 저가 매수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하거나 반복적으로 호가를 정정・취소하는 행위,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직전가 대비 높은 주문을 낸 뒤 보유물량 매도 후 주문을 취소하는 행위는 물론 과실로 발생한 시스템 에러로 과다한 허수호가를 제출하는 행위도 증권 등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면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에 해당한다.

② 가장매매 유형 :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거짓으로 꾸민 매매를 하는 행위.

타인으로 하여금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이 있는 가장매매는 시세조종행위로 처벌될 수 있고, 그러한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로 규제될 수 있다.

◆ 가장매매 유형 사례

알고리즘 트레이딩 프로그램에 따라 다량의 호가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미처 취소하지 못한 미체결 호가가 신규제출 호가에 의해 매매가 체결된 경우 일정한 한도를 벗어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면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에 해당한다(반대의견 존재).

참고 : 허수호가 제출 유형, 통정매매 유형, 풍문유포 및 거짓 계책 유형은 과실로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가 발생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과실로 발생한 가장매매에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제를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③ 통정매매 유형 : 손익이전 또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자기가 매매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수치로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수할 것을 제삼자와 사전에 약속한 후 매매를 하는 행위.

타인으로 하여금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의 통정매매는 시세조종행위로 처벌되나, 그러한 목적이 없더라도 손익이전 또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시장참여자 간에 통정매매를 하여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로 규제될 수 있다.

◆ 통정매매 유형 사례

증권회사 직원이 관리하는 고객의 위탁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손실을 보전하기 위하여 해당 계좌에서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도 주문을 내고 다른 고객의 계좌에서 매수하는 통정매매를 반복적으로 하여 계좌 간 손익을 이전시켰다면 이는 타인을 오인케 할 목적이 없어 시세조종행위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로 규제될 수 있다.

④ 풍문유포 및 거짓 계책 유형 : 풍문을 유포하거나 거짓으로 계책을 꾸며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수요⋅공급 상황이나 가격에 대하여 타인에게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거나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가격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행위.

매매유인 목적으로 시세조종 사실을 유포하거나 중요한 사실에 관하여 거짓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표시행위를 하는 경우 시세조종행위로 처벌되고, 매매유인 목적이 없더라도 풍문의 유포, 위계 사용 등으로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수요∙공급 상황이나 가격에 대하여 타인에게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거나, 가격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로 규제될 수 있다.

◆ 풍문유포 및 거짓 계책 유형 사례

매매유인 목적 없이 증권포털 게시판이나 인터넷 메신저에서 거짓 소문을 퍼뜨린 경우 투자자를 오인하게 하거나 가격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면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에 해당한다.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가 시세조종행위와 다른 점은 기본적으로 행위자의 목적 요건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행위의 성립요건으로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 “매매를 유인할 목적”,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을 요구하고 있다.

시세조종행위 성립에 행위자의 목적 요건을 두는 이유는 계속⋅반복적으로 대량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에서 시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만으로 민∙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즉, 투자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황을 감안하여 거래를 하고, 그 거래에 따라 시세는 변화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거래를 비난하고 제재한다면 시장에서 매매거래는 급격히 위축될 것이므로 시장의 일반적인 매매거래와 구별하고자 비난가능성이 있는 행위의 지표로 목적성을 요구한다.

이러한 목적성 요건의 존재로 투자자들이 시세조종행위로 처벌받을 부담 없이 자유로운 매매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목적성 요건의 방패 아래 건전한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여러 가지 교묘하고 기술적인 행위들을 제대로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자본시장법은 2015년 7월부터 시세관여형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제를 시행하여 목적성 요건의 존부와 관계없이 시세조종성 행위를 외형적으로만 판단하여 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한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다른 불공정거래와의 관계

일반적인 용어로서 시장질서교란행위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 불공정거래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자본시장법에서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하면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해당 불공정거래 규제만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과징금

시장질서교란행위는 행위의 성격상 비형사범죄이므로 수사와 재판에 따른 형사처벌이 아니라 행정처분으로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고, 행정처분 중에서는 부당행위 제재와 부당이득 환수의 목적을 동시에 가진 과징금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자본시장법은 시장질서교란행위에 원칙적으로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다만, 그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에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원을 초과하면 그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5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즉 시장질서교란행위로 얻은 이익액이 50억원이면 과징금을 75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질서교란행위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때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회수,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의 규모, 위반행위가 시세 또는 가격에 미친 영향, 미공개중요정보를 생산하거나 알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시장질서교란행위 관련 과징금 제도는 자본시장법의 다른 과징금 부과사유와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행위자의 고의, 중과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중과실은 거의 고의 수준에 달하는 심각한 주의의무 위반을 의미하므로 공시위반(주식등의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제외), 금융투자업자의 위법행위와 관련해서는 중과실 입증 부족으로 행위자가 책임을 면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시장질서교란행위는 단순한 경과실이라 할지라도 시장의 건전성 훼손에 상응하는 결과에 따라 과징금을 부담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과징금을 부과하기 전에 미리 과징금 부과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주어야 하며,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하여 불복하는 자는 고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금융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과징금 부과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 운영상 과제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제는 시행 초기라 아직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표면화되지는 않았으나, 다음 두 가지 문제가 예상된다.

첫째,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제의 적용범위를 가급적 넓히려는 정책 의도에 따라 시장질서교란행위의 성립요건이 다소 불명확하게 규정되어 적용범위에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둘째,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구체적인 과징금 산정의 적절성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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