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영웅’으로 통하는 故 백선엽 장군의 안장식이 지난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됐다. 故 백선엽 장군의 안장식이 열리던 날 국립대전현충원 입구 왼편 인도에서는 광복회 대전충남지부 관계자 등이 백선엽 장군에 대해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으로 민간인 학살의 주범”으로 폄하한 반면, 오른편 인도에서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를 비롯한 단체 회원들이 “구국의 영웅을 욕되게 한다”면서 광복회 등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백선엽 장군!’ 그는 보수진영 vs 진보진영이 극과 극으로 평가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 국군 최초의 대장이자 ‘창군의 뿌리’라고까지 평가받는 故 백선엽 장군의 안장식까지 찾아와 그의 功(공)을 過(과)로 포장하려는 광복회 등의 행태는 도에 지나친 모습으로 비쳐졌다.

故 백선엽 장군의 별세 하루 전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대부격으로 평가받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故 박원순 시장의 자살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전직 여비서의 성추행에 따른 고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루 간격으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생을 마감하면서 주변 지인들도 자연스럽게 갑론을박을 벌이곤 했다. 故 백선엽 장군의 육군장이 진행되던 기간 중 법학을 전공하고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친구와 술을 한 잔 마시면서 백선엽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과 박원순 시장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법학 전공자답게 그 친구는 故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 “瑕疵(하자)가 治癒(치유)됐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등소평이 모택동을 평했던 功七過三(공칠과삼)도 故 백선엽 장군에게 어울리는 말이지만, ‘瑕疵(하자)의 治癒(치유)’라는 표현보다 더 적절한 말을 찾아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친구 曰(왈) “백선엽 장군이 백산 지청천 장군이나 철기 이범석 장군처럼 광복군을 거쳐 우리나라 창군에 기여하고, 6.25의 전쟁 영웅으로 남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백선엽 장군이 일본군 간도특설대 복무라는 큰 瑕疵(하자)를 지녔더라도 6.25 전쟁 당시 공산화 직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功(공)을 세움으로써 그 瑕疵(하자)는 治癒(치유)됐다”고 평했다.

반면 박원순 시장에 대해서는 “박원순 시장이 1993년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을 승소로 이끌면서 성폭행만 성범죄로 인정하던 당시의 인식을 성희롱도 명백한 불법행위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우리나라 사법체계에 일대 한 획을 긋게 만든 장본인으로 여성운동가와 인권운동가 그리고 시민운동가로서의 지대한 功(공)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직 여비서 성추행 혐의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자살은 그 이전의 功(공)이 전부 묻히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모택동이 사망한 1976년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격하 운동을 벌였을 때 중국의 실권자이던 등소평은 “모 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한 대체 불가의 功(공)을 갖고 있어 문화대혁명 등의 過(과)를 덮고도 남는다”고 강조하면서 그 유명한 ‘功七過三(공칠과삼)’이라는 표현 하나로 논란을 잠재우며 오늘날에도 천안문 광장에 모택동의 초상화가 걸려 있게 만든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故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분명 간도특설대 복무라는 친일 경력이 존재하지만, 공산화 직전의 나라를 구함으로써 우리들이 오늘날 누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토대를 제공한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것에 비추어 볼 때 ‘瑕疵(하자)의 治癒(치유)’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故 백선엽 장군의 친일 경력을 강조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만약, 백선엽 장군이 6.25 전쟁 당시 최후의 보루인 낙동강 방어선인 다부동 전투에서 패하여 우리나라 전체가 공산화가 됐다고 가정해 보라! 그랬다면 지금 우리들도 북한 동포들처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의 독재국가 하에서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故 백선엽 장군의 過(과)만 크게 강조하고, 功(공)은 오히려 축소하는 愚(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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