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 논란에 '혁신 추진력' 상실 우려도

20조 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책임질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문재인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으로 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혁신본부를 설치하고, 이를 과학기술 정책 집행의 컨트롤타워로 삼아 과학기술 혁신을 가속하고 연구개발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초대 본부장 인선부터 진통을 겪고 예산권도 아직 확보하지 못해 조직내에서 뿐 아니라 과학기술계에서도 혁신본부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설치

황우석 사태 연루로 부적격 논란을 빚던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이 지난 11일 사퇴하면서 혁신본부의 정식 출범은 후임 본부장이 정해질 때까지로 무기한 연기됐다.

박 본부장의 후임으로 벌써 모 대학교수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인선작업이 신중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기영 사태로 혁신본부장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눈높이가 올라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한 리더십"이라며 "학계나 산업계에서 '존경할 수 있는 분'이 혁신본부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 정책 및 예산 시스템의 전반을 이해하는 인사가 본부장이 돼야 바람직하다"면서도 "예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정치적인 힘이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본부장 인선이 지연되면 혁신본부의 운영 정상화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혁신본부는 '틀'만 정했을 뿐 실질적인 권한은 부여받지 못했다.

정부는 혁신본부에 국가 연구개발(R&D)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 조정 등의 권한을 부여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난 정부조직법 개정에서 예산권 강화는 제외됐다.

혁신본부가 기획재정부에서 R&D 예산 권한을 가져오려면 과학기술기본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재부로부터 예산 권한을 가져오지 못하면, 혁신본부는 현재 미래부 과학기술전략본부와 다름없다.

따라서 초대 혁신본부장의 가장 큰 과제는 예산권 확보로 꼽혔다. 하지만 박기영 초대 본부장의 하차로 '혁신 추진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신설된 중소기업벤처부를 제외하면 다른 부처는 인선이 완료돼 본격적인 업무 추진에 착수했으나, 과기정통부의 경우 혁신본부장석이 다시 공석이 됨에 따라 8월 중순으로 알려졌던 실·국장 인사도 미뤄질 전망이다.

한편 박기영 본부장은 사퇴 다음날인 12일 오전 페이스북에 "나는 단연코 황우석 사건의 진범도, 공모자도 아니다.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마녀사냥하는 것은 성숙한 정의사회가 아니다"라며 재차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는 11일 출입기자들에게 남긴 5페이지짜리 '사퇴의 글'과 유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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