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회 전 가톨릭대 부총장

김석회 전 가톨릭대 부총장
김석회 전 가톨릭대 부총장

일찍이 인기가수 최희준(본명 최성준)은 ‘하숙생’ ‘맨발의 청춘’ 등의 노래를 불러 우리를 애수에 젖게 하였다. 그는 ‘60년대 대중음악의 신사’로 불릴 만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런 그도 2년 전 숙환으로 세상을 하직했다. 당시 향년 82세.

 

하숙생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이 노래 『인생은 나그네길』은 1972년에 최무룡 씨와 김지미 씨가 출연하여 영화화까지 되었는데 지금은 노래를 부른 사람도, 영화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들도 모두 나그네가 되어 저세상으로 떠나고 없는 것이다.

 

또, 이바노비치가 작곡한 다뉴브강의 잔물결이란 가사를 김우진이 편곡하고 그의 애인 윤심덕이 부른 '사(死)의 찬미'란 노래의 가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사(死) 의 찬미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 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가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내가 아느냐.

세상의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에 모두가 없도다.』

 

이들 두 편의 노래가 들려주는 가사의 내용을 접하게 된 우리로서는 인생의 참된 의미가 허무주의 내지는 염세주의에로의 깊은 늪 속으로 빠져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에 불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사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평생 때로는 온갖 고통과 고난 그리고 번민속에서 살아가기 마련이겠기에, 이들 가사가 암시하는 울림은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리라고 하겠다.

그렇기에 우리가 출생할 때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울음을 터뜨리며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세상을 저버릴 때는 두 주먹을 편 채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헛된 말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는 곧 인간의 출생이 축복의 대상이 되기도 하겠지만, 출생은 곧 고난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 인생은 따지고 보면 나그네길이고 그래서 이 세상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야만 하는 하숙생임에 틀림없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아둥바둥 발버둥치며 삶을 영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적 존재인양 끝없는 번뇌와 질곡 속에서 살아가기 일 수이다. 참으로 견디기 힘든 존재론적 번민속에서 말이다.

그러나, 인생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의 말을 빌려 본다면, 이들 허망한 생각들은 한갓 넋두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다. 이는 천재 시인 천상병의 다음과 같은 '귀천'이라는 시에서 읽어낼 수 있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 얼마나 천진 무고하고 순수 그 자체인 시란 말인가! 그는 한평생 가난과 벗 삼아 살아오면서도 무욕으로 평생을 긍정적으로 살아온 인간 삶의 표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세상에는 고단하고 고달픈 삶을 살다 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터인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그 천상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서울상대를 수료하였지만, 우연찮게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옥살이하고 갖은 고문으로 여생을 고단함과 쓸쓸함, 그리고 병고로 살다간 우리들 인간의 모범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인들이나 친구들한테 담배 한 갑 술 한 잔 살 수 있는 돈, 단돈 2000원을 구걸하다시피 하면서도, “담배 한 갑 살 돈만 있으면 행복하였네”라고 흐뭇해하던 사람이었다. 아니 그러면서도 수많은 주옥같은 시를 우리에게 안겨준 기인 중의 기인이었다. 저승에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던 데, 그 여비 걱정을 하면서도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소풍을 잘했노라고 행복해 한 사람!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해 봄에 있어서, 어떤 삶의 태도를 구사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뇌에 찬 일상을 맞을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두 편의 노래 가사든 아니면 ‘귀천’이 들려주는 시의 내용이든, 이들은 둘 다 우리의 가슴에 깊은 울림의 여운을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삶을 꾸려나가든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삶을 장식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삶에 대한 우리의 몫은 다한 셈이 될 것이다. 그 내용이 비록 어떤 것일지라도.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