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제공
송세헌 제공

연꽃을 보다 보면

연밥 위에 죽어 누워 있는 꿀벌들을 보게된다.

가끔은 연밥 위에서 온 힘을 다해 다리를 끌고 기어가려는 꿀벌을 보기도 한다.

다른 벌의 공격을 받아 부상 당한 것일까?

아무래도 부상 당하진 않은 것 같다.

거미줄에 걸려 죽임을 당한걸까?

주변에 거미줄이 없다.

마치 이슬 맺힌 벌들의 신성한 제단에 올려진 벌!

 

과로사한 꿀벌인가?

자연사한 꿀벌인가?

열반에 든 꿀벌인가?

 

벌들의 죽음이 궁금하다.

인간을 위해 꿀을 가로채 가는 것은 몰랐을테지만,

일벌로 모름지기 꿀과 화분을 열심히 날랐을 것이다.

날개의 힘이 닿는 한 날랐을 것이다.

왜 날랐는지는 알았을까?

자손들이 그 꿀로 인해 번성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자기는 암컷도, 수컷도 아니고 일만하는 일벌이라는 걸 알았을까?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알았을까?

생각 이전의 하얀 테이블보 같은 무의식으로 산 것일까?

 

숭고하게 죽어

아침 이슬 속에 빛나는 장엄한 열반에 숙연해졌다.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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