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2월 12일 치러진 12대 총선은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중요한 선거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일명 ‘2.12 총선’이라고 일컬어지는 12대 총선은 YS와 DJ가 이끌던 신민당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국정감사 부활 그리고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와 언론기본법 폐지 및 노동관계법 개폐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창당한지 3주 만에 지역구 50석과 전국구 17석으로 총 67석을 차지하면서 관제 야당인 민한당을 따돌리고 제1야당으로 우뚝 올라선 선거였다. 또한 2.12 총선을 통해 제1야당이 된 신민당은 재야 및 학생들과 연대하여 1천만 개헌서명운동에 돌입하면서 6.29 선언으로 일컬어지는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내며 민주정부가 세워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지난 6월 29일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전반기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국민들에게 다시 12대 국회가 재조명되고 있다. 왜냐하면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전반기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처럼 군사정권 시절이던 12대 국회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정당이 국회운영위원장을 포함한 13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기 때문이다.

2.12 총선의 신민당 돌풍을 시작으로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87 체제 이후의 1988년 13대 국회부터는 의석수에 따른 여야 합의에 의한 상임위원장 배분이 국회 운영의 관례이자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이 군사정권이라고 비난하는 노태우 정부 당시의 13대 국회에서 여야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관례와 전통이 만들어졌는데, 그런 관례와 전통을 거대 공룡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깡그리 무너뜨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의회 독재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35조 1418억원에 달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재석 187인에 찬성 180인·반대 1인·기권 6인으로 가결시킨 이날의 슈퍼 추경에서 범여권으로 불리는 정의당 의원 6명의 기권과 열린민주당 강민정(초선, 비례) 의원의 유일한 반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깊이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또한 이런 슈퍼 추경을 심사하면서도 제1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독단적으로 강행 처리한 것은 두고두고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독식은 국회에서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서산시의회와 아산시의회에서는 전반기 미래통합당이 차지했던 부의장 자리마저 후반기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해 버렸으며, 대전시의회의 경우는 재적 의원 22명 중 21명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권중순 의원이 可否同數(가부동수)로 의장 선출이 부결되는 기현상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후반기 의장 후보로 추대됐던 권중순 의원은 지난 3일 의장 선출 부결 직후 ‘대전시의회 민주주의는 사망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시의원직 사퇴를 표명했다. 권 의원의 사퇴서가 수리되고, 내년 4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대전 시민들은 괜한 혈세만 낭비할 판이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세로 시름에 잠겨 있는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의원총회에서 추대한 후보를 부결시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배포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오죽하면 정의당 대전시당에서 “‘민주’라는 이름이 아깝다”고 비판했을까? ‘잘 나갈 때 조심하라‘고 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그리고 2020년 21대 총선까지 4연승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와 지방의회를 사실상 독점하면서 협상과 타협에 의한 의회 정치의 본분을 망각한 채 독단과 독선의 유혹에 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거대 공룡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상대방의 입장에서 易地思之(역지사지)하는 그런 정치를 해주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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