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 30%, 비혼 40%, 1인 가구 30% 세태

김강중 편집국장
김강중 편집국장

무자식이 상팔자인 세상이다.

한때 아녀자가 아들을 낳지 못하면 '칠거지악'이라했다. 이제는 지악(之惡)이 아니라 지선(之善)쯤 여기는 세상이 됐다. 불과 한 세대 전만해도 자녀는 힘겨운 신혼생활을 지탱하고 가족을 결속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이제는 국민 10명 중 3명이 결혼 후 자녀가 필요 없다고 한다. 교육 수준이 높고 연령이 낮을수록 심했다. 아예 젊은 층의 비혼도 40%에 달한다.

수일 전 통계청이 밝힌 '2019 한국의 사회지표'에서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했다.
사회지표 중 자녀관을 보면 결혼 후 자녀가 필요 없다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응답자 가운데 13∼19세는 53.6%, 20대는 48.5%, 30대는 40.1%, 40대 32.9%로 조사됐다.
대졸 이상 36.2%, 고졸 29.3%, 중졸 28.6%, 초졸 이하 18.9%로 고학력일수록 아이를 애물로 여겼다.

주된 이유는 경제적 부담과 아이에게 구속받지 않기 위해서란다.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나 많이 변한 것이다. 
여성의 경우 현재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란 것도 또한 이유다.

신혼부부 10쌍 중 8쌍이 빚을 진 채 결혼생활을 시작하니 달리 도리가 없을 것이다.
굳이 장기불황과 코로나19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러하다. 외벌이로는 자녀들 교육비도 추단하기 힘든 나라가 된지 오래다.

맞벌이를 하자니 아이를 맡길 보육원이나 유치원이 충분치 않아 아이 기르기가 여의치 않다. 
뿐인가. 맞벌이 부부가 평생을 저축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으니 아이를 낳는다는 건 호사임에 틀림이 없다.

어렵사리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면 학자금 대출로 수천 만 원씩 빚지고 졸업하는 젊은이들이 태반이다. 
졸업해서 취업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힘들다. 취업을 해도 노동 착취와 갑질을 이겨내야 한다.

이런 어려움이 끝이 없으니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딩크족'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 500만 청년 실업자는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꿈도 포기한 채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세태다.
그만큼 살기가 팍팍하고 '각자도생'의 삶이 이렇게 만든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자식을 둔 '베이비부머' 세대는 어떠한가. 베이비부머는 부모를 모시고 자식에게 정성을 쏟은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다.
평생을 처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온몸을 바치고도 이제는 '삼식이' 신세를 한탄한다.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는 양성평등을 넘어 모계사회로 넘어 왔다. 곳곳에서 여초(女超)현상으로 남자들이 기를 펴지 못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중년 남자들은 가장의 실권을 빼앗기고 실의의 설움을 술로 달래는 이들이 많다.

앞서 말했듯 제 한 몸, 제 가정 꾸리기도 힘든 자식들은 부모를 성가신 존재로 여기고 있다. 부모 또한 자식들에게 효도를 받기보다 손이나 벌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어쨌든 맞벌이가 아니면 가정경제가 어려우니 손주를 돌보는 일은 부모의 몫이 됐다.

퇴직 후 느긋한 여생은커녕 영일이 없어진 것이다. 자식에 이어 손주도 키우고 부모도 돌봐야 하는 삼고(三苦)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다.

흔히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업보의 인연이라고 한다. 전생의 업을 씻기 위해 부모는 자식에게 내리사랑을 갚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을 치사랑이라 한다.

하지만 부모 자식의 내리사랑과 치사랑의 크기를 견줄 수는 없다. 다만 자식은 부모에게 여러 가지를 바란다면 부모는 단 한 가지이다. 그것은 자식의 건강과 무탈함이다. 

그리고 자기 노후를 포기한 채 몸이 아파도 손주를 내 자식처럼 돌보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내 자식이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낳은 자식의 자식이고 정신없이 사느라 못 해준 것을 덤까지 얹히는 사랑이 아닐까.

그렇다면 자식은 애물일까. 보물일까. 아니면 애물 같은 보물일까.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