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9일 임명된 지 일주일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당시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의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대통령에게 제청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검찰청법 34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 “제가 위반한 것이 아니라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거역’이라는 표현을 운운해가며 국민들에게 ‘거역 장관’으로 각인되었다.

그랬던 추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강압수사 의혹 재조사를 두고 윤 총장과 조사부서 배당과 관련하여 의견이 엇갈리자 다시 한 번 윤 총장에 대해 날을 세우며 연일 도에 넘는 언사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24일 제57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권한을 위임 받은 자가 각종 예규 또는 규칙을 통해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면서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윤 총장을 겨냥한 듯한 비판을 이어간 후 다음 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혁신포럼 강연에서는 윤 총장을 향해 “검찰총장이 제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면서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비아냥거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역대 어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향해 이렇게 무도하고 무례한 발언을 이어간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참여정부 당시 대검중수부 폐지 문제로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송광수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을 때나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면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천정배 법무부장관과 구속 수사를 주장한 김종빈 검찰총장이 대립했을 때도 추 장관처럼 이런 지나친 언사를 한 행태는 찾아볼 수 없었다.

1988년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검찰총장 임기제는 검찰청법 제12조 제3항에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임기를 보장받지 못하고 단명으로 끝날 수도 있는 법무부장관과 달리 검찰총장에게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그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고 법치주의 수호에 최선을 다하라는 국민적 여망이 함축돼 있는 것이다. 특히, 대다수 국민들이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수하가 아니라 준사법기관의 수장으로서 법무부장관과 대등한 관계에 있다고 인식하는 점 역시 중요한 대목이다. 그런 검찰총장을 향해 추 장관이 자신의 직속 부하 다루는 듯한 언사는 온당치 않아 보인다.

오죽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조응천 의원조차 지난 28일 ‘추미애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최근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삼십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라”면서 “추 장관 취임 전 66명의 법무부장관이 지휘권 행사를 자제하고 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했다”며 “검찰 개혁과 공수처 출범을 위해서라도 장관님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는지를 추 장관은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범여권으로 통하는 정의당 김종철 대변인이 “애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이 너무 저급하고 신중치 못합니다”라고 일침을 가한 것처럼 추 장관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법무부장관의 거친 언사를 뒤로 하고, 지금부터라도 장관으로서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도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 장관은 “權不十年(권불십년)이고,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법치주의 수호의 한 축인 윤 총장과의 불필요한 대립과 감정싸움을 자제하고, 소리만 요란한 검찰 개혁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핵심 내용으로 검찰 개혁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그런 장관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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