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회고록의 일부가 유출되면서 관심을 받더니, 출판 직후엔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읽을거리와 잘 알려지지 않은 대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회고록은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정리되는 특성이 있다. 더군다나 권력의 이면을 들춰내는 내용이라면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백악관은 출판 직전까지 조목조목 적시하여 사실과 다르다고 언급했지만, 강한 성품의 볼턴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역시 강경한 매파 기질의 소유자다.

청와대 역시 한반도 관련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미국 정부에 조치를 주문했다. 볼턴 회고록 탓에 국가의 위신과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력과 통치권의 추락을 마냥 지켜볼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대북정책과 양국 정상 간의 갈등도 가감 없이 소개되어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맘도 불편하다. 우리 외교사와 남북관계사를 고려해도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일이다. 볼턴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조목조목 따져야 한다.

외교는 국가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실상과 그 내막을 살펴보면 보여진 것과 다른 대목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만큼 복잡하게 펼쳐지는 ‘평화 속의 전쟁’이 곧 외교다. 외교는 실존하는 갈등과 이해관계는 물론 미래까지 염두에 두고 펼치는 치열한 경쟁이다. 국가 간의 신뢰가 부실하면 외교적 결과 역시 평가받기 어렵다. 2차 대전 이후 외교는 국가의 두뇌로서 그리고 정부의 역할 중에서 우선적인 위치를 선점해왔다. 그래서 외교관리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으론 각국은 상대국의 외교적 전략과 특이점 등을 경험을 통해 비축해두고 있다. 국가 수뇌부와 협상대상의 인격과 인성 및 사고의 틀과 수준까지 상세하게 검토하여 외교전에 임한다.

구 소련이 숱한 경로를 통해 알아내고 싶었던 비밀정보마저 스스럼없이 협상테이블 위에 내놓고 시작하는 미국이다. 그만큼 협상에 임하는 태도와 이해관계 해결방법이 남다르다. 2차 대전 직후에 갑자기 세계 강국으로 등장한 미국은 다른 나라를 대하는 방법과 정보마저 어색하고 태부족인 상태였다. 냉전체제를 거치면서 뒤늦게 미국은 외교력 증강을 위해 각종 연구소와 관련 기관을 설립했다. 이에 비하여 영연방(common wealth) 체제를 경험한 영국의 외교적 수완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는 변덕스럽고, 독일은 실용적 그리고 구 소련은 음흉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등 나라마다 외교에 특성과 평가가 다르다.

국익을 고려하여 각 정부마다 외교문서를 오랜 기간 비공개로 한다. 볼턴의 경우, 자신이 경험한 것을 회고록 형태로 정리했다지만, 상대국과 상대인물에 대한 적나라한 언급은 지극히 주관적인 일로 판단된다. 공식적인 사료(史料)를 바탕으로 집필된 것이 아니기에, 그 파급력이 강하겠지만 반면에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외교가에서 뒷담화로 치부 될 스토리 전개는 세인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대충 살펴봐도 문 대통령과 참모진들은 물론 국민에게도 여간 불편한 내용이 아니다. 이렇듯 문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 심경도 유사하겠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사안이 가볍지 않다. 우리 정부는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상세하게 살펴서 외교적 채널을 통해 반박과 해명요구에 나서야 한다. 한미관계가 동맹국으로 버티고 있지만, 외교의 냉혹함을 각성해야 한다. 어설픈 감정을 내세워 비이성적인 외교적 접근은 상대에겐 웃음거리로 전락하기에 십상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전략과 메커니즘을 각국은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최근 들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외교전략과 상대국을 대하는 수법이 달라지고 있고, 대표적인 일례가 트럼프 대통령이다. 정치적 이익보다 경제적 관점을 중시하는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외교적 회동과 결실을 경제적 관점에서 따지는 독특한 성향을 갖고 있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지만 상대의 속을 어르고 달래는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보편적인 외교적 행태에서 벗어나기에 상대국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가뜩이나 대북정책이 와해되고 외교가 휘청거리는 현실인데, 볼턴의 회고록이 현 정권을 강타를 한 형국이 되었다. 외교와 대북정책의 현 주소는 임중도원(任重道遠), 즉 갈 길은 먼 데 등에 진 짐은 무겁다는 것이 저절로 느껴지는 하루하루다. 국민은 한미관계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현 정권이 미국 눈치만 보거나 어물쩍 넘어가면, 국민 대다수는 볼턴의 적나라한 지적을 믿을 수밖에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조목조목 따지고 반박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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