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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 황금사과를 얻으려는 분들에게
  • 조근호 변호사(전 법무연수원장, 전 대전지·고검장)
  • 승인 2017.08.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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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변호사(전 법무연수원장, 전 대전지·고검장) / 뉴스티앤티

변호사를 하다 보면 가족 간의 재산분쟁을 목격하게 됩니다. 특히 형제간의 분쟁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니게 느껴집니다. 다행히 저희 형제는 부모님 유산이 없어 그럴 일이 없지만 자식들과 그다음 대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유산이 없는 것이 형제간의 화목을 위해서는 더 좋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릴 때 사이좋게 지내던 형제들이 왜 재산 앞에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마는 것일까요.

우리는 한평생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 죽으라고 일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평생을 돌아보면 일한 기억밖에 없다고들 합니다. 그렇게 뼈빠지게 열심히 일해 모은 재산이 결국 자녀들을 원수로 만드는 역할밖에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이러니하고 안타깝습니다. 돈이 천문학적으로 많은 재벌가를 보면 대부분 형제간의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동업자들도 처음에 회사가 어려울 때는 오손도손 하다가 회사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서로 의가 나빠지게 되지요.

그리스 신화에 [황금사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우스]가 [헤라]와 결혼할 때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축하의 선물로 준 것입니다. 황금사과는 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좋은 것들의 결정체입니다. 먹는 자는 병을 낫고, 가진 자는 사랑과 미의 상징이 되지요. 따라서 누구나 이를 훔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황금사과가 열리는 나무를 서쪽 끝 헤스페리데스에게 심고, 용에게 지키게 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이 황금사과를 훔친 자는 헤라클레스입니다.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12가지 과업 중 하나로 황금사과를 훔친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헤라클레스는 그 황금사과가 탐 나서 훔친 것이 아니라 과업 수행을 위해 훔친 것이라 그 황금사과를 [지혜의 여신, 아테네]에게 바쳤습니다. [아테네]는 이 황금사과를 헤스페리테스로 돌려보냅니다. 이후 오랫동안 황금사과를 둘러싼 분쟁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두 번째 도난사건이 발생합니다. 훗날 아킬레우스의 아버지가 되는 제우스의 손자 펠레우스가 [물의 요정, 테티스]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혼식에 각지에서 많은 신과 왕이 초대되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초대받지 못하였습니다. 에리스는 이에 화가나 헤스페리테스에서 황금사과를 훔쳐냅니다. 그리고 그 황금사과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바친다'고 글을 새기고 결혼식장에 던져 넣습니다.

축제 분위기던 결혼식장이 갑자기 날라 들어온 이 황금사과 때문에 각축장으로 바뀝니다.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서로 자신이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주장합니다. 골치 아파진 제우스는 철모르는 목동 파리스에게 심판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파리스는 사실, 트로이의 왕자였지만 사연이 있어 목동으로 길러진 아이였습니다. 파리스는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하게 해주겠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합니다. 그 선택이 그리스 신화에서 유명한 [파리스의 선택]입니다. 이 선택으로 파리스는 그리스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와 사랑에 빠져 트로이로 함께 도주합니다. 그 결과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그 유명한 트로이전쟁이 발발합니다. 이 이야기는 호머가 일리아드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전하고 있지요. 결국 그 황금사과 때문에 트로이는 멸망하고 맙니다.

우리 인간은 태초 이래 늘 황금사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한 개인의 인생도 황금사과를 얻기 위한 긴 여정입니다.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많은 재산,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핸드백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황금사과가 우리 앞에 놓여있고 우리는 그 황금사과를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세 여신들처럼 파리스의 선택을 얻어내기 위해 경쟁합니다. 직장인은 인사권자의 선택을, 정치인은 유권자의 선택을, 사업가는 고객의 선택을 얻기 위해 서로 자신이 그 황금사과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내세웁니다. 결국 누군가가 그 황금사과의 주인공이 됩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그 뒤를 이어 [불화의 여신, 에리스]의 저주가 시작됩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천재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에리스의 자녀들을 그려냅니다. 포노스(노고), 레테(망각), 리모스(기아), 알고스(고통), 호르코스(맹세), 마카이(전쟁) 등이 그들입니다. 그러니 황금사과를 가지는 자는 에리스의 자녀가 주는 불행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황금사과를 얻기 위해 황금사과를 얻은 후에 밀어닥칠 재앙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돌리지요. 그러나 누구든지 황금사과를 던진 불화의 여신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려면 황금사과만 쫓을 일이 아니라 그 황금사과를 누가 던졌는지, 그가 불화의 여신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의 탄생 과정을 보면 카오스(혼돈의 신)가 닉스(어둠의 신)을 낳고 닉스가 에리스를 낳았으니 에레스는 신 중에도 매우 오래된 신입니다. 왜 불화의 신이 이리도 오래된 신일까요.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고개 끄덕여집니다.

"불화의 여신은 게으른 사람도 일하도록 부추긴다오. 왜냐하면 일에서 처지는 자는 부자인 다른 사람이 서둘러 쟁기질하고 씨 뿌리고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을 보며 저도 부자가 되려고 이웃끼리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오. 그래서 이런 불화는 인간들에게 유익하다오."

에리스는 이처럼 인간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 반면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화도 이 여신의 저주 때문이지요.

이런 이중성을 잘 이해하면서 오늘도 우리는 황금사과를 구하러 일터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주 제가 몸담았던 검찰에 검사장 인사가 있었습니다. 훌륭한 후배들이 검사장과 좋은 보직이라는 황금사과를 얻었습니다. 그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누가 그 황금사과를 여러분 앞에 던졌는지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바로 [불화의 여신, 에리스]입니다."

 

조근호 변호사(전 법무연수원장, 전 대전지·고검장)  web@newst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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