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제5조 제3항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하며, 처음 선출된 의장의 임기가 폐회 중에 만료되는 경우에는 늦어도 임기만료일 5일 전까지 집회한다. 다만, 그 날이 공휴일인 때에는 그 다음 날에 집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지난 5일 국회법 제5조 제3항의 字句(자구)에 충실하며, 그 동안 원 구성 협상으로 인해 관행적으로 늦어지던 ‘늑장 개원’과 ‘지각 개원’이라는 우려를 벗어나 ‘정시 개원’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여야 협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에 참석하여 주호영 원내대표의 “42%나 되는 많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일방통행 한다면 순항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간곡하게 호소드립니다”라는 의사진행 발언이 끝나자마자 전원 퇴장을 강행하면서 이번 21대 국회는 우리나라 헌정사 53년 만에 집권여당 ‘단독 개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충청 지역으로서는 이날 ‘정시 개원’에서 대전 서갑을 지역구로 하는 6선의 박병석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되고, 공주 출신의 4선 김상희 의원이 여당 몫 국회 부의장에 선출되는 경사를 맞이했지만,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개원’에 의한 선출이라는 점이 못내 아쉬운 상황이다. 더구나 미래통합당 몫의 국회 부의장으로 내정된 정진석(5선, 공주·부여·청양) 의원은 이날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되지도 못하면서 헌정사 최초의 충청권 의장단 싹쓸이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병석 의원은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직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상견례에서 21대 국회 원 구성 합의 중재를 시도했지만, 여야는 기존 입장차를 재확인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박 의장은 7일에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 1시간 정도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위한 대화를 이어갔지만, 이 역시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과연 여야 협치가 보이지 않는 21대 국회 ‘정시 개원‘이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

이번 21대 국회 전반기 ‘정시 개원’을 강하게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08년 18대 국회에서 81석에 불과했던 통합민주당 시절 전반기 원 구성을 위해 88일이라는 시간을 소요시킨 바 있다. 또한 당시 통합민주당은 전남 장흥·강진·영암에서 3선에 성공한 유선호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것을 필두로 교육과학기술위원회·농림수산식품위원회·지식경제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여성위원회 등 6개의 상임위원장을 가져갔다. 당시 통합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던 노영민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나라당을 향해 “의회 독재를 꿈꾸는 것인가? 다수당이 상임위를 독식했던 것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이었던 12대 국회까지였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경기 시흥을에서 5선에 성공한 당시 원내대변인이었던 조정식 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 원 구성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이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법 운운하며 ‘정시 개원’을 주도하고, 여당의 법사위원장 차지나 상임위원장 독식 등을 주장하는 것은 ‘일하는 국회’를 핑계로 한 거대 여당의 독주체제 확립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진정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를 원한다면, 지난 18대 국회 당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야당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18대 국회 당시 대변인과 원내대변인으로 집권여당 한나라당을 몰세웠던 위의 두 사람은 현재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도자급의 위치에 올랐으니 최소한 이들의 사과는 필히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국민들이 ‘일하는 국회’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字句(자구)에 충실한 ‘정시 개원’이나 기한을 넘기지 않는 원 구성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많은 국민들이 字句(자구)에 충실한 ‘정시 개원’이나 기한을 넘기지 않는 원 구성이 아닌 여야 협치를 통한 ‘정시 개원’과 원 구성을 간절하게 바란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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