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자기 한여름이 낮에만 찾아오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집콕생활을 하다보니 어느 날부터인지 허리도 아프고 땅바닥에 떨어진 휴지 하나 줏는 것도 부담스럽게 여기저기가 쑤신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부피로 확찐자가 되어 거울보기가 민망스럽다.

궁여지책으로 따가운 햇살도 피하고 아침의 싱그러움도 맛보고 싶어 2주 전부터 꼬마자전거를 타고 집근처 공원으로 새벽운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분홍낮달맞이꽃 /
숲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분홍 낮달맞이꽃 / ⓒ뉴스티앤티

연푸른 잎들을 보면서 일정한 속도로 공원을 지나다보면 아침마다 새로운 꽃들이 피어난다.

어슴푸레한 새벽에는 공원호수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노오란 창포가 무리지어 핀 개울가에는 두루미도 함께 한다.

어제 왔을 때는 힘없이 꽃잎을 늘이고 있던 꽃이 오늘은 좀 더 일찍 왔더니 힘있게 활짝 피어반긴다.

'그래, 꽃 너도 피는 시간이 있는 거지!'

 

어제 왔을 때는 힘없이 꽃잎을 늘이고 있던 꽃이 오늘은 좀 더 일찍 왔더니 힘있게 활짝 피어반긴다 / ⓒ뉴스티앤티
어제 왔을 때는 힘없이 꽃잎을 늘이고 있던 꽃이 오늘은 좀 더 일찍 왔더니 힘있게 활짝 피어반긴다 / ⓒ뉴스티앤티

어느 날부터 공원 한 켠에 수국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일본 동경에서 수국열차를 타고 방문한 하코네의 아름다운 수국이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아 그 이후로 수국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나무로 경계를 지어 사잇길을 내고 수국들을 종류별로 무리지어 군단을 만든 다음, 사이사이 공간에 엑스트라들을 배치시켰다.

 

수국공원 제1 주인공인 수국 / ⓒ뉴스티앤티
수국공원 제1 주인공인 수국 / ⓒ뉴스티앤티
산수국 /
올망졸망 모여있는 중심의 수국봉우리가 청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산수국 / ⓒ뉴스티앤티
붓꽃 /
마치 부추끝에 꽃이 달린 것같은 우리 야생화 노랑 등심붓꽃 / ⓒ뉴스티앤티
매발톱꽃 /
굳이 외우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모양이 이름을 말해주는 매발톱꽃 / ⓒ뉴스티앤티
화려한 자태를 마음껏 뽐매고 있는 으아리(클래마티스) / ⓒ뉴스티앤티
화려한 자태를 마음껏 뽐매고 있는 으아리(클래마티스) / ⓒ뉴스티앤티

프리뮤라, 매발톱꽃, 으아리, 옥잠화, 고사리, 붓꽃...... 그 외 이름 모르는 엑스트라들이 제법 많다.

나는 오늘도 평평한 전용 자전거길을 마다하고 신선한 공기와 꽃을 보기위해 가파란 언덕을 지나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공원을 자전거로 도는 시간이 반, 꽃사진 찍는 시간이 반이다.

마지막으로 수국 한 번 보고 돌아가야지.

이미 하얀 머리를 정갈하게 묶은 할머니 한 분이 수국공원에서 셔트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뒷짐을 지고 하나하나 꽃들을 훑어가며 감상한다.

이렇게 크고 시원한 잎에 어머나 어쩜 이렇게 작고 앙징맞은 꽃을 올렸을까!

꽃을 확대하니 정말 이쁘기 그지없다.

이렇게 크고 시원한 잎에 어머나 어쩜 이렇게 작고 앙징맞은 꽃을 올렸을까! /
이렇게 크고 시원한 잎에 어머나 어쩜 이렇게 작고 앙징맞은 꽃을 올렸을까! / ⓒ뉴스티앤티
꽃을 확대하니 정말 이쁘기 그지없다 /
꽃을 확대하니 정말 이쁘기 그지없다 / ⓒ뉴스티앤티

하나하나 감상해 나가다가 '으악, 웃어야 할까 아님 화를 내야하나?'

꽃을 가꾸는 어느 정원사의 지혜와 안타까움이 송두리째 느껴진다.

'잃어버린 두 번째 수국'

"가져간 수국을 제자리로 돌려주세요"

 

꽃을 가꾸는 어느 정원사의 안타까움이 송두리째 느껴진다 /
꽃을 가꾸는 어느 정원사의 지혜와 안타까움이 송두리째 느껴진다 / ⓒ뉴스티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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