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수은주가 35도 가까이 오르는 무더운 날씨 속에 전국 각지에서 온열 질환 의심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3일 세종시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9분께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한 공사현장에서 러시아 국적의 A(26)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다른 근로자가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그에게서 열사병 증세를 확인한 뒤 대전의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현장에서 확인한 그의 체온은 40도를 넘었다고 소방본부 측은 전했다.

A씨는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다발성 기능부전으로 숨졌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최종 사인이 온열 질환에 따른 것인지는 병원에서 최종 판단해야 한다"며 "출동 당시 확인 결과 폭염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종합병원에 급하게 후송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낮 12시 19분께에는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의 한 포도밭에서 일하던 B(84·여)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사고 당시 가평군에는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낮 최고기온은 34도까지 상승했다.

경찰은 평소 고혈압 등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못했던 A씨가 무더위에 무리하게 일을 하다 온열 질환으로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간 세종시 전동면 노장리 공사현장에서 50대 남성이 열탈진 증세를 호소했고, 지난 1일에는 20대 남성이 전의면 골프장에서 열탈진 증세를 보여 천안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진 최근 세종시에서는 한낮 기온이 33∼34도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무더위 환자(열탈진·열사병·열경련·열실신)로 의심되는 119 이송 환자는 11명으로 파악됐다.

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병원에서 온열 질환자로 최종 통보한 환자는 1명"이라며 "일단 현장에선 폭염이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보이는 이들을 온열 질환자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북부권에서도 6월부터 최근까지 16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질환 종류로는 열탈진 8명, 열실신 3명, 열사병 3명, 열경련 2명으로 파악됐다.

행정당국은 한여름 무더위를 자연재난에 준하는 상태로 보고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9월 30일까지 폭염대응팀을 운영하는 세종시는 상황관리 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건설공사 현장에 간이쉼터를 마련하고 식염수와 생수 등을 공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중앙정부 특별교부세를 바탕으로 쿨토시나 아이스팩 등을 취약계층에 나눠줄 방침"이라며 "불볕더위에는 젊은 사람이라도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그늘이나 실내에서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신도시 건설을 책임지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도 건설 현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혹서기 근로자 건강 관리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제빙기와 각종 상비약을 구비하고 휴식시간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는 등 현장별로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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