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지난 6일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방비 부담분 전액을 시비로 충당하기로 전격 발표한 가운데, 대전시 내부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자치구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대전시 vs 자치구 간의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체와의 재난지원금 지방비 분담율을 50:50으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는 자치구와의 재난지원금 지방비 분담율 협상에서 50:50으로의 합의가 여의치 않자 70:30 수준까지 협의를 이끌어냈으나, 대전지역 자치구의 넉넉하지 않은 재정 상황을 이유로 100% 시비로 충당하기로 전격 발표한 것이다. 허태정 시장은 재난지원금 지방비 분담율 전액 시비 충당에 대해 “생계지원금과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를 촉진시켜 경기가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며, 시민들은 허 시장의 이번 결정이 대전시와 자치구 간의 상생협력을 통한 대전시 전체의 발전을 강조하는 통 큰 결단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후 대전시 내부에서 자치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며 자치구 수장들이 발끈하고 있다. 대전시는 당초 시급하지 않은 사업을 연기하고, 세출구조를 조정하는 한편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재난지원금 지방비 분담율 100% 시비 충당을 감당하려고 했으나, 수천억원의 재정 압박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자치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선 것이다.

대전시의 이런 반응에 대해 구청장들은 재난지원금 지방비 분담율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대전시가 전격적으로 전액 시비로 충당한다고 발표를 해놓고, 이제 와서 자치구가 코로나19와 관련한 고통 분담이 소극적이라고 책임 전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대전자치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장종태 서구청장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이 아닌 이런 얘기를 갖고 자꾸 뒷말이 나오는 것은 구정이나 시정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 뒷걸음질 치는 양상이 되기 때문에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대전시가 자치구의 넉넉하지 않은 재정 상황을 이유로 통 큰 결단을 해놓고, 이제 와서 이런저런 뒷말이 대전시 내부에서 나오는 것은 모양새만 빠지는 일이다. 또한 대전시에서 새어나오는 뒷말이 허 시장의 의중이 반영됐든 반영되지 않았든 이는 모두 행정의 최종 책임자인 허 시장에게 화살이 돌아갈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이제 한 달 남짓이면 임기 중반에 접어드는 허 시장이 자신의 의중과 전혀 무관하게 뒷말이 새오나오는 것이라면, 이는 아직까지도 허 시장이 조직 장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5개 구청장 모두 허 시장과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데도 불구하고, 소통 부족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는 것은 허 시장의 리더십 부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이번 자치구와의 불협화음은 허 시장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만 한다. 허 시장이 리더십을 발휘하여 이번 갈등을 무난하게 해결할 때 시민들도 허 시장을 믿고 따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허 시장은 많은 시민들이 찬사받는 대전시장의 모습을 염원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번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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