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두 번째 보호자라는 마음으로"

2020년 5월 제39회 스승의 날을 즈음하여 서대전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박서정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더울까봐 어제는 선풍기를 닦았다"며 아이들 맞을 준비에 마음이 분주하셨다.

박 선생님은 올해 이 학교에 부임했다. 2009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세 번째 학교다.

 

서대전초등학교 박서정 선생님 / ⓒ 뉴스티앤티
서대전초등학교 박서정 선생님 / ⓒ 뉴스티앤티

1. 교직생활에서 가장 기억나는 이야기 들려주세요.

2009년 첫 부임한 학교에서 2년차에 첫 담임(6학년)을 맡았을 때다.

당시 반에는 OO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학습이 부진해 6학년인데도 한글을 겨우 읽는 수준이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치 않았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리시느라 OO이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철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오기도 했고, 제대로 씻지 않아 아이들이 회피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 수업을 방해한다든지 사소한 일로 고자질하는 등 점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외톨이가 돼갔다.

선생님은 OO이 편에서 아이들에게 참고 이해해 달라고 부탁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집에 가면 돌봐주는 가족이 있지만 OO이는 그렇지 않다. 돌봄이 부족해서 그런거다. OO이가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자"고 아이들에게 부탁했다.

이후 몇몇 아이들에게서 참거나, 일부러 회피하지 않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OO이에게는 저학년 수준의 학습을 지도했다.

그러던 어느날 OO이에게 반 친구들의 일기장을 나눠주라고 시켰는데, OO이가 아이들 책상마다 일기장을 척척 나눠줬다. 한 명도 틀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우리랑 말 한마디 한 적 없는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OO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구나!"라며 좋아했다.

이후 아이들은 OO이와 가까이 지내기 시작했다. 모둠활동도 같이 하고, 놀이에도 끼워 주고, 여자 아이들은 공기놀이도 함께 했다.

그러면서 OO이는 많이 달라졌다. 수업시간에 발표도 하고, 모둠시간에 의견도 내고, 친구들과 만들기도 같이 했다. OO이는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었다.

아직도 그 아이들이 가장 기억난다. 아이들은 지금 성인이 됐고, 해마다 5~6월이면 잊지 않고 찾아온다.

또 한 번은 학부모님이 찾아와 상담을 하셨다. 어머님과 아버님 두 분이 같이 오셨다.

두 분은 아이가 도벽이 생긴것 같다며, 바로잡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하셨다. 

부모님 입장에서 그런 얘기 하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 그때 "얘기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런 행동은 마음에 불편함이나 스트레스가 있어서 그럴 수 있으니, 더 신경쓰고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일시적 현상이었는지 그 후론 괜찮아졌다. 그 아이도 지금도 찾아온다.

2. 가장 기억나는 선생님은 누구신가요 ?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이셨던 안인찬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공주에서 교감선생님으로 재직 중이시다.

음악교과를 맡고 계셨는데, 성적보다는 학생 편에서 도와주려고 노력하시는 분이셨다. 

안 선생님은 그 학교에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만드셨는데, 취미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야 공부가 잘 된다며 이끌어주셨다.

저도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그 동아리는 현재도 남아 있다고 들었다. 

 

서대전초등학교 박서정 선생님 / ⓒ 뉴스티앤티
서대전초등학교 박서정 선생님 / ⓒ 뉴스티앤티

3. 등교수업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요?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고 있다.

온라인 학습을 하고는 있지만 등교수업만큼 충분한 학습이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 중요한 부분은 2학기로 넘겨서 진행할 예정이다.

학부모님들께는 등교하면 교과서를 처음부터 훑어준다고 말씀드렸다.

아이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책상에 개인 가림막도 준비하고 있다.

책상 간격을 띄워서 배치해도 교실이 제한적이다보니 공간이 넉넉치 않다. 개인 가림막을 설치하면 비말 전파라도 조금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4. 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선생님은 아이들의 두 번째 보호자라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껏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오해 없게 소통하려고 노력해왔고, 학부모님들도 저의 교육방식에 대해 잘 이해해 주셨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면서 학부모님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됐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선생님을 이해하는 학부모가 되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두 번째 보호자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기 초에는 항상 "선생님은 부모님 다음으로 너희들을 지켜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아이들에게 얘기한다.

학부모와 선생님은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부모님과의 소통하는 SNS에 아이들 사진을 많이 찍어서 올리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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