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우당(友堂) 이회영(1867∼1932)의 탄생 150주년인 올해 우당의 아내 이은숙(1889∼1979)의 회고록 '서간도 시종기'(西間島始終記)가 36년 만에 다시 출간됐다.

'서간도 시종기'는 독립운동가의 아내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이은숙이 일제강점기를 중심으로 50여 년 동안 겪은 일을 기록한 수기다.
 

이은숙이 1966년 탈고한 원고는 1975년 1월 정음사에서 '민족운동가 아내의 수기-서간도 시종기'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돼 그해 제1회 월봉저작상을 받았다.

이은숙은 1979년 세상을 떠났으며 책은 이후 1981년 '가슴에 품은 뜻 하늘에 사무쳐'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출간됐다. 이번에 일조각에서 펴낸 책은 육필본에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단어의 뜻을 풀고 등장인물과 지명에 대한 주석을 달았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있는 서울 명동 내 옛 집터[서경덕 교수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개화파 지식인의 딸이었던 이은숙은 해외에서 독립운동의 터전을 가꾸겠다는 남편의 뜻에 따라 결혼 2년여만인 1910년 말 서간도(만주)로 향한다. 이후 그는 중국과 조선을 오가며 독립운동가 남편을 뒷바라지한다.

독립운동가 아내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이회영 가문은 상당한 재산가였지만 독립운동에 돈을 대느라 공장을 다니고 삯바느질을 해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다. 경찰이 수시로 집을 수색하는 것은 물론이고 억지혐의로 감옥에도 끌려갔으며 마적떼의 총에 맞아 생사를 헤매기도 한다.

이회영이 1932년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이후에도 그는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당한 아들 규창의 옥바라지를 계속한다.

책에는 남편과 함께 활동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이 책에 대해 "한국독립운동사의 일면을 주체적 입장에서 기록해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 사서(史書)인 동시에 전통적 양반집 부인의 교양과 생활, 의지를 절실하게 묘사한 문학작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392쪽. 3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