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첫 미래통합당 원내사령탑으로 5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4선, 대구 수성갑) 의원이 선출됐다. 주 의원은 지난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총 84표 중 59표를 획득하면서 서울 용산에서 생환하며 4선 고지에 오른 권영세 당선인을 가볍게 따돌리고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주 의원의 압승은 권 당선인이 불과 25표를 얻는데 그친 것에 비추어 볼 때 ‘영남 자민련’으로 축소된 미래통합당의 영남 패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 의원이 얻은 표가 59표이니 산술적으로만 따져보면, 21대 총선 영남권 당선자 총 58명에 다른 지역 당선자 한명의 지지를 더한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주 신임 원내대표가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황교안 전 대표 재임 시절 불교계와의 반목을 극복하고 새로운 화합을 모색할 수 있다는 측면과 합리적인 성품의 소유자 그리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경력 및 바른정당 원내대표 경력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많은 국민들의 눈에는 ‘영남 자민련’의 원내대표 선출로 비쳐진 점은 앞으로 미래통합당이 극복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 4선 고지에 오른 이명수(3선, 충남 아산갑) 의원과 3선 고지에 오른 김태흠(재선, 충남 보령·서천)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으나, 결국에는 영남 패권을 넘어서지 못하고 출마 철회를 선언하고 말았다. 특히, 원내대표 후보군 중 유일하게 친이·친박 등 그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적 위치를 견지해온 이 의원의 출마 철회는 미래통합당의 앞날을 위해서는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2018년 12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수차례 정책위의장 런닝메이트로 권유를 받은 바 있었던 이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도 정책위의장 런닝메이트 권유를 받았으나, 어떠한 계파에도 속하지 않았던 자신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당을 혁신하고 쇄신하여 보수진영을 재건하는 밀알이 되고자 하는 웅대한 꿈을 갖고 있었으나, 종국에는 충청권 출신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그 꿈을 접고 말았다.

1995년 JP가 창당한 자민련이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당시 충청정당에 대한 탐탁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었으나, 이번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을 지켜보면서 충청인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충청정당이 존재해야 한다는 확실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또한 충청 출신 정치인들에게는 충청정당 창당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호남 패권을 주축으로 한 더불어민주당과 영남 패권을 기반으로 한 미래통합당의 대결 구도 속에서 충청정당의 창당은 단순히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 줄 뿐만 아니라 양당구조 하에서의 대립과 반목이라는 폐해에 윤활유 역할을 통해서 정치적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장점마저 내포하고 있다.

지난 5.9 대선 당시 서대전시민공원을 찾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충청 인사들을 대폭 등용해 충청·영남 연합정권을 만들겠다”면서 “이번에는 영남 대통령 충청 총리, 5년 후에는 충청 대통령이라”고 강조했으며, 영남권 의원들과 시·도민들도 대거 참석해 홍 후보의 ‘충청·영남 연합정권’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충청민심을 자극한 바 있다. 하지만 대선 이후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영남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영남 당선인들의 충청 민심을 달래기 위하여 충청권 인사들을 배려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럴 바에는 지역의 이익이라도 대변해 줄 수 있는 제2의 자민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충청 출신 정치인들이여 충청정당 태동이 무르익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충청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국가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하루빨리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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